미·영 연합군이 이라크전에서 승리하는 것은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지만 이라크 국민들에 의해 해방군으로 환영받는 정치적인 승리까지 거머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라크에 남아 있으면서 사담 후세인 정권을 비판한 극소수의 지성인 가운데 한명인 와미드 나드미 바그다드 대학 교수는 이라크에 민주주의를 가져오려는 미국의 노력은 이해하지만 해방군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전투에서 미국은 패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계속적인 공습과 무분별한 파괴가 미국의 이라크 전후 통치에 커다란 장애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드미 교수의 자택은 바그다드 북부에 위치해 비교적 최근 지상전의 피해가 없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나드미 교수가 인터뷰를 가진 약 한시간 동안에만 최소 미사일 4대가 굉음을 내며 집 위로 날아가 인근에서 폭발, 격렬한 진동이 집을 뒤흔들었다. 창문은 거의 모두 깨져버렸고 모래 폭풍이 집안으로 불어닥치는 것을 막기 위해 플래스틱 시트로 창문을 덮어야 했다.
그는 이라크에서 사람들이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한 곳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나드미 교수를 비롯한 이라크의 지식인들에 따르면 지난 91년 걸프전과 달리 이번에는 많은 이라크인들은 미국이 침공할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믿고 있다.
많은 이라크인들은 후세인 대통령이 전쟁을 피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최근 이라크 국영 TV에 후세인이 시내를 활보하는 모습에 이라크인들이 환호한 것은 그에 대한 지지보다 미국에 대한 반감이 크기 때문이라는 게 이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대량 살상무기를 찾기 위해 현장 실사를 벌인 유엔 무기사찰단과 유엔의 반대에도 확실한 명분도 없이 무자비한 폭력에 의존한 미국을 전쟁 피해자인 이라크인들이 결코 받아들일 리 없다는 것.
나드미 교수는 또 최근 민간인들이 이라크 군대 앞에 인간방패로 행진하도록 강요되고 있다는 주장 등 미국의 일부 거짓 선전들은 이라크 국민들의 신임을 얻는데 어려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주한국일보 우정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