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비용 기회비용" 인식 필요

■ 공적자금 유용 논란돈 투입원인 환란전 잉태 은닉된 돈 7조아닌 1조원 과연 공적자금을 도둑맞았을까. 그렇지 않다. 도둑 맞은 게 있다면 우리 사회의 냉정한 분별력이다. 정파 싸움과 일부 언론의 작위적 보도, 정부의 혼선이 진실을 왜곡시키며 부작용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악덕기업주, 횡령ㆍ은닉ㆍ해외도피, 고통 전가' 등 표피를 자극하는 언어가 국민들을 흥분시키고 있지만 진실은 전혀 다르다. 공적자금을 제대로 활용하고 회수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보다 생산적이고 합리적인 공적자금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공적자금의 키워드, '누가ㆍ언제' '누가, 언제 공적자금을 유용했느냐'를 따져보자. 가장 기본이면서도 오해가 심한 대목이기 때문이다. 외환위기의 와중에서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공적자금을 받은 악덕기업주가 7조원이나 국내외에 빼돌렸으며 정부가 이를 수수방관했다'는 점에 국민들은 분노한다. 불신과 분노는 오해 탓이다. 우선 시기가 틀리다. 금융감독원 내부 자료에 따르면 공적자금 투입을 초래한 기업의 대출상황 능력 상실에 따른 금융기관 부실의 93.7%가 외환위기 전에 발생했다. '부실기업주가 7조원을 빼돌렸다'는 얘기는 '기업들이 외환위기 이전에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 192조원을 갚지 못하게 됐으며 그 중 7조원이 악덕기업주에 의해 유용된 것"이라는 진실의 왜곡이다. 그럼 공적자금은 누가 썼을까. 기업주와 임직원, 그 가족이 사용했다. 외환위기 이전 기업에 나간 대출은 급료로도 지급돼 가계의 생활비와 교육비에 충당됐다. 따져보면 악덕기업주가 돈을 빼돌린 것 보다는 급여 등에 지급된 액수가 훨씬 크다. '악덕기업주가 예전에 빼먹은 자금을 공적자금이 메워줬다'는 논리보다는 '모두가 공적자금을 함께 사용했다'는 표현이 보다 정확하고 진실에 가깝다. ◆ 누가 진실을 왜곡하나 정파간 이해관계 관계와 일부 언론의 악의적 보도, 정부와 여당의 호흡 불일치가 진실을 왜곡시키고 오해와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 우선 감사원이 '은닉된 재산 7조원'의 산출근거의 설득력이 떨어진다. 부실기업주가 보유한 상장ㆍ비상장기업 주식, 부동산 등의 실제 자산가치는 발표된 것보다 훨씬 떨어진다는 것이다. 유용재산 산출근거를 재점검 작업중인 감사원은 은닉된 재산이 1조원 수준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의 책임이 전부 현 정권에만 있다는 야당의 태도 역시 온당치 못하다. 연세대 겅제학과 이제민 교수는 "공적자금 투입의 원인이 과거에 있는 만큼 야당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며 "현 정부가 잘못한 것은 과거의 잘못을 답습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감정을 고려한 정치적 수사(修辭)로 문제에 접근하는 여당과 원칙을 내세우는 경제부처간 혼선도 문제다. 여기에 일부 언론사들의 특정 부문만 강조하거나 본질을 호도하는 보도태도가 왜곡에 왜곡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 정부, 솔직하고 당당하게 대처해야 문제는 후손들에게 공적자금으로 야기된 빚을 물려주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정부가 우리의 공적자금은 외국과 달리 회수가 어렵다는 점을 솔직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실제로 어렵다. 부동산가격이 회복되거나 유가만 오르면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었던 북유럽 3개국, 미국, 멕시코와 달리 우리의 위기는 경제개발 30년 동안의 고름이 한꺼번에 터진 것이기 때문이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적자금 회수를 외국과 단순 비교한다는 것은 위기의 성격과 본질에 대한 몰이해"라고 말했다. 정부가 소모적이고 왜곡된 논쟁에 말려 실질적인 회수노력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국민들의 피부를 자극할만한 '관계자 엄중처벌'같은 대증요법에 나서기 보다는 장기플랜을 제시해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게 오해를 불식시키고 회수를 앞당기는 지름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당당해져야 한다. 정책담당자들이 '도둑'취급까지 받아야 할 지경에 이를 만큼 왜곡된 현실을 헤치고 난제를 풀어나가려면 어느 때보다 자신있는 정부가 필요하다. 권홍우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