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중국 진출 과열경쟁 그만

우리은행이 지난 24일 중국 베이징(北京)에 지점을 개설,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감에 따라 중국에서 외환업무를 하는 한국계 은행은 모두 19개로 늘어났다. 오는 9월 외환은행과 신한은행이 상하이(上海)에 각각 지점을 개설하는 것을 포함하면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계 은행의 숫자는 더욱 많아진다. 한국계 은행들의 중국진출 러시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한국과 중국간 교역을 뒷받침하고, 인가절차가 어렵다는 중국 땅에서 허가를 받아 우리의 금융 노하우를 대륙에 전파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실제 중국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들은 우리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금융서비스를 통해 교역증대에 이바지해 왔다. 또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이후 체질 개선과 축적된 금융노하우를 바탕으로 중국에서 최고 수준의 영업수익률을 올렸다. 지난해 외환은행이 베이징과 다롄(大連)에 진출한 외자금융기관중 영업수익률 1위를 기록했고, 텐진(天津)에서도 14개 외자은행 가운데 한국계은행(외환, 조흥, 신한, 기업)이 영업 수익률에서 1,2,3,5위에 오른 것이 이 같은 사실을 입증해 준다. 하지만 현재 한국계 은행의 실적을 장밋빛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진출은행이 늘면 늘수록 경쟁이 심화, 과당경쟁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인민폐 영업을 하는 한국계 은행은 불과 몇 곳에 불과하다. 우리 기업과 한국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영업을 하는 곳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적은 밥그릇을 두고 다툼이 치열해 질 것이라는 얘기다. IMF 관리를 받아야 했던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가 무분별하게 해외에 진출, 과도한 경쟁을 벌였던 금융기관들 때문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지적은 간과해야 할 사항이 아니다. 이 점은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계 은행들에게 “ 과도한 제살깎기 경쟁보다는 국익에 우선한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는 새로운 숙제를 안겨 주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들이 똑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과당경쟁보다는 국가의 장래를 생각하는 우호적 경쟁으로 동북아 시대를 열어가는 중심국가가 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고진갑기자(베이징특파원) g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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