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화합의 또 다른 대상

“당분간 기자들하고는 만나지 않겠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던 홍준표 의원은 최근 지리산에서 열린 당 화합을 겸한 의원ㆍ당협위원장 연찬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언론에 대해 대단히 불만스러워 했다. 정확한 이유는 말하지 않았지만 아마도 정책 비전에선 오히려 다른 주자들을 앞서는데 언론에서는 왜 만날 ‘빅2’만 크게 다뤘냐는 볼멘 항의다. 언론의 관심은 세간의 관심을 따라가기 마련이고 세간이란 곧 국민과 선거인단이다. 결국 국민의 관심이 여론이고 언론이다. 언론에 대한 그의 불만은 자신의 경선 득표에 대한 아쉬움과 다르지 않다. 홍 의원 측은 이런 아쉬움을 ‘모멸감’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사실 그가 이번 경선 결과에 불만을 가질 만하다. 법률가다운 해박함으로 정책 토론에서 이명박ㆍ박근혜 두 유력주자를 압도했으며 특히 그가 내세운 정부조직 개혁 방안에는 많은 전문가들조차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도 1% 득표에 실패했으니 경선기간 ‘빅2’ 쏠림 현상에 대한 그의 당혹감을 익히 짐작할 수 있다. 또 다른 경선 주자였던 원희룡 의원은 상대적으로 활기가 있어 보인다. 나이도 젊지만 경선을 완주하면서 당내 인식이 상당히 ‘부드러워지는’ 효과도 얻었다. 하지만 그가 잃은 것도 만만치 않다. 홍 의원과 마찬가지 ‘서러움’을 겪었을 뿐만 아니라 원 의원이 이끌었던 소장파 그룹 모임인 ‘수요모임’은 유력 주자에게 흡수돼 사실상 와해됐다. ‘빅2’를 제외하고 당내에서 가장 높은 대중적 지지를 얻고 있었던 두 사람이 당내 입지만 놓고 보면 경선 이후 오히려 어정쩡한 상태가 됐다. 분명한 사실은 홍준표ㆍ원희룡 의원 등은 한나라당의 미래를 볼 수 있는 창이란 점이다. ‘빅2’가 영원히 한나라당을 이끌 수는 없다. 또 당장 이번 대선에서 ‘빅2’의 힘만으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더구나 경선 주자들조차 설 땅이 없는 마당에 대선을 겨냥한 당의 외연 확대가 가능할까. 또 이들이야말로 개혁과 서민 중심을 내세우는 당내 대표적인 인사들 아니었던가. 이명박 대통령 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의 대결구도는 경선 후에도 이어지고 있으며 이 암중 대결은 여전히 당내의 다양한 목소리들의 분출을 가로막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경선에서 이긴 이 후보쪽 책임이 더 무겁다. 그가 화합을 이끌어내야 할 대상은 박 전 대표뿐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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