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해외 비즈니스 계약때 이러면 낭패

납기지연 면책조항 삽입 실수 제품도 보상도 못받아 발동동<br>60일이전에 사전통보땐 계약해지 조항 넣고<br>서명본 사인후에도 일부 내용 몰래 고치기도<br>무협 집계, 2005년 무역 분쟁 손실액 15兆


중소 수입업체인 K사는 요즘 죽을 맛이다. 국내 독점 총판권을 부여했던 미국의 M사가 돌연 총판권 해지통보를 한 것. 당초 K사는 5년간 독점 총판권을 확보해 커다란 걱정없이 총판 사업에 매달렸었다. 지난 3년 동안 중소기업으로는 버거운 상당액의 자금을 마케팅활동과 서비스 개선에 투입했을 정도였다. 이 회사 한 임원은 “부랴부랴 계약서를 검토해보니 독점 계약기간 5년 이내라도 당사자가 60일 이전에 사전통보만 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 있었다”며 “(시장을 키워놓았는데) 계약서를 제대로 검토하지 못해 ‘죽 쒀서 개 준 꼴’이 됐다”고 토로했다. 국내 기업의 해외 비즈니스가 확대되면서 해외기업과의 계약이 늘고 있지만 꼼꼼히 계약서를 검토하지 않아 낭패를 보는 일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섬유업체 A사는 중국업체를 너무 믿었다가 피해를 입었다. 이 회사는 중국 측과 최종 합의가 이뤄져 워드파일로 상대방에게 계약서 최종본을 보냈고 서명본이 돌아와 사인한 후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실제 거래 도중에 문제가 발생해 분쟁이 일어나자 사정이 달라졌다. 알고 보니 중국 측이 계약내용 일부를 몰래 수정해 계약서를 체결한 것. “계약서가 최종 합의 내용과 많이 달랐지만 이미 속수무책이었다”는 이 회사는 결과적으로 수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무역협회가 지난해 연간 30만달러 이상 해외거래 실적이 있는 업체 1,002곳을 대상으로 지난 2005년 해외업체와의 거래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한 경우가 전체 거래액의 2.9%로 집계됐다. 2005년 무역액 약 522조원 가운데 15조원에 달하는 거래에서 문제가 발생한 셈이다. 이처럼 분쟁이 늘어나고 있지만 계약서를 작성할 때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조항을 계약서에 작성한 기업은 전체의 23.3%에 그쳤다. 상사중재제도의 경우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는데다 재판보다 처리기간이 짧아 거래업체에 유리한데도 교육 및 홍보 부족으로 제대로 활용하는 업체가 4곳 가운데 1곳도 되지 않는 셈이다. 조선족 출신으로 중국 산둥성 최대 로펌인 덕형법무법인의 파트너인 서창영 변호사는“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들이 계약 체결시 실수로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계약서와 개별계약서의 관계조항 불분명 ▦기본 원칙 무시 ▦책임조건 미지정 ▦위약금 액수를 정하지 않은 손해배상책임 약정 등의 실수를 저지르는 경우가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B사의 경우 중국업체와 임가공계약을 체결하면서 납기 지연시 위약조항과 함께 납기를 지키지 못하더라도 면책한다는 조항을 한꺼번에 넣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 회사는 제때 납기를 받지 못해도 납품업체의 면책권리가 인정돼 제품은 오지 않고 피해보상을 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일도 겪었다. 법무법인 지성의 노충욱 변호사(미국 변호사)는“국내업체들이 의사소통상의 오해, 계약의 성급한 체결 등으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분쟁이 발생한 기업의 경우 계약 협상 과정에서 사전에 좀더 세심하게 조율했다면 충분히 피해갈 수 있었던 문제들이 대부분이었다”며“계약조건의 핵심 이슈들을 발견하고 이에 대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KOTRA아카데미는 오는 22~23일 이틀간 서울 염곡동 본사에서 중국 및 영미 계약 실무 강좌를 열고 영문 및 중문 계약서 작성법에 대해 집중 강의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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