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출범 이후 입법ㆍ행정ㆍ사법부는 물론이고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ㆍ교육 등 제반 분야에 걸쳐 국민을 기만ㆍ착취하며 국민 위에 군림했던 일제압제와 군사독재시대에 저지른 과오들에 대한 반성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라는 시대적 어젠다가 던져졌다. 그러나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 하에서 지역주의ㆍ패거리ㆍ우월주의ㆍ엘리트주의ㆍ학벌주의 등 잘못된 선민의식에서 파생돼 사회전반에 만연된 구태를 단기간 내에 벗겨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기득권층의 저항에 따른 혼란은 불가피한 현상이었고 졸속추진에 따른 부작용까지 속출하며 국민들은 개혁피로증후군까지 느낄 정도로 개혁 어젠다는 난관에 봉착돼 있다. 기득권의 향수를 누리고 기득권이라는 담을 더욱 높이 세우며 구시대의 실제적 지배구조를 연장하려는 기득권 세력들의 정도를 벗어난 선민의식과 조직이기주의가 극에 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일반대중을 천대시하는 이들의 오만과 독선에 대한 민주적 통제장치가 미비함으로 인해 이들의 저항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과거 고대사에 있어 일제에 의해 왜곡된 고구려ㆍ백제사에 대한 재조명이 한창이고 최근에는 동백림사건ㆍ인혁당사건 등이 국정원과 과거사진상조사위의 조사결과 조작된 것으로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를 볼 때 일제와 독재정권을 거치면서 정설화된 수백ㆍ수천의 각종 연구 논문들이 휴지조각이 되고 각 분야에 명기된 교과서적 내용이 검증과 재조명을 통해 완전히 뒤바뀌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제 우리는 역사가 진행돼온 과정의 공과에 대해 자긍심과 부끄러움을 인식해 뒤틀린 역사로 인해 고통받았던 분들의 명예를 회복시킴으로써 향후 또다시 국민의 자유ㆍ민주ㆍ인권의 가치가 침해받는 일이 없도록 사회의 그늘진 곳을 보듬어야 할 소명이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자신에 대한 겸허한 성찰을 통해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구조적인 모순들을 걸러내야 한다. 개혁의 여정은 지난한 과정의 연속이라는 점을 되새겨 역사를 후퇴시키고 칠흑 같은 과거로 회귀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은 많고 가야 할 길은 먼데 혼란만 우려해 진실을 덮을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식민사관과 독재정권이 남긴 역사의 왜곡을 규명하고 잃어버렸던 역사의 진실과 사회정의를 되찾을 때 비로소 힘없는 국민들이 고통받고 핍박받는 구조적 모순이 타파될 것이며 좀더 나은 민족의 밝은 내일이 보장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