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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전세 품질 '낙제점'

층간소음·보온·단열 등 미흡 입주자들 불만 목소리 줄이어<br>SH공사-시공사 책임 회피 "패킹하나 가는데도 몇달씩"


“20년을 내 집처럼 살 수 있다고 해서 들어왔는데 허술한 시공 때문에 분통이 터집니다.” 지난해 8월 송파구 장지지구 11단지 장기전세 ‘시프트’에 입주한 박경희씨(가명ㆍ53)는 최근 아파트 품질에 대한 불만이 가득하다. “층간 소음 문제와 보온ㆍ단열 문제로 SH공사 콜센터와 시공사 측에 항의도 했지만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며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서울시가 시프트를 차별화하겠다고 강조해 기대감이 컸지만 역시 임대 아파트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14일 장기전세 입주자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첫선을 보인 서울시의 장기전세주택 시프트가 내 집 마련 수요자들을 중심으로 크게 인기몰이를 한 바 있지만 정작 품질 만족도는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SH공사의 관리ㆍ감독 부실과 성의 없는 시공으로 입주민들이 아파트 하자ㆍ보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SH공사 시설관리팀의 한 관계자는 “일반 분양 아파트에 비해 자재나 마감재는 물론 품질 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며 “서울 지역에 통합센터 8개소를 구축하고 있으며 하자ㆍ보수 신고가 접수되는 즉시 기동점검반이 출동해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입주민들의 얘기는 다르다. 박씨는 “위층의 발자국 소리가 들릴 정도로 층간소음 문제가 심각하지만 콜센터와 시공사 측에서는 ‘설계상의 문제가 아니니 주민끼리 서로 조심하면서 살라’는 답변만 내놓았다”고 말했다. 강서구 발산동 마곡지구 장기전세에 거주하는 한 입주민은 “아파트 관리실이나 콜센터에 신고해 현관 고무 패킹 하나를 가는 데에도 몇 달이 걸릴 정도”라고 말했다. 해당 업계에서는 일반 아파트에 비해 ‘시프트’의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A건설업체의 한 관계자는 “시공사 입장에서는 도급 단가가 낮아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민간 아파트처럼 해당 업체의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경을 덜 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SH공사 스스로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한주택공사의 경우 몇 년 전 아파트 브랜드명을 ‘휴먼시아’로 바꾸고 경쟁력을 강조하면서부터 도급 참여 기준이 까다로워졌다”며 “업체들에 구체적이고 까다로운 ‘사양서’ 제출을 요구하는 등 설계부터 공사 단계까지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반면 SH공사의 경우 도급 참여 기준 및 관리ㆍ감독이 느슨한 게 사실이라 ‘하자’가 있는 아파트 발생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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