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불신 키우는 식약청 '멜라민 검사'

"적합" 발표 제품 4일만에 "부적합" 번복<br>"적합판정 품목들 재검사하면…" 불안감 고조<br>판매금지 366개로 줄고 해제품목 62개로 늘어<br>동서식품 '리츠 샌드위치 크래커' 긴급회수


식품의약품안전청이 4일 전 멜라민이 검출되지 않은 ‘적합’ 제품으로 발표했던 과자에서 멜라민이 검출돼 검사 결과에 대한 불신감이 고조되고 있다. 더구나 검사 결과가 번복된 2개 과자 제품 중 하나인 ‘리츠 샌드위치 크래커 치즈’는 국내 젊은이들이 즐겨 먹는 크래커 중 하나인데다 미국계 식품회사인 중국 나비스코푸드가 쑤저우 공장에서 생산한 것이어서 상당한 파문이 일고 있다. ◇‘적합’ 발표 제품이 4일 만에 ‘부적합’으로=식약청은 30일 ‘리츠 샌드위치 크래커 치즈(유통기한 2009.3.23)’와 다냥데이브라이트푸드가 제조한 ‘고소한 쌀과자(유통기한 2009.6.24)’ 등 2개 제품에서 멜라민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두 제품은 4일 전인 지난 26일 발표된 ‘멜라민이 검출되지 않는 123개 적합품목’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은 당초 식약청이 제조일자가 서로 다른 제품 가운데 일부 제조일자 제품만 검사한 뒤 ‘적합’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특히 ‘고소한 쌀과자’의 경우 같은 제조일자 제품에 대해 26일에는 ‘적합’, 이날에는 ‘부적합’ 판정을 내려 기존의 검사 결과 전체에 대한 신뢰성이 의심을 받고 있다. 식약청은 이에 대해 “제품에 원료가 균질하게 섞이지 않으면 동일한 제조일자 제품 간에도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해명이 맞다면 기존에 ‘적합’ 판정을 받은 품목도 재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이 나올 수 있어 소비자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29일 오후10시 현재 판매금지된 중국산 식품은 366개로 전날보다 19개가 줄었으며 판매금지 해제품목은 62개로 늘었다. 판매금지 중국산 식품 목록은 식약청 홈페이지(www.kfda.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명 다국적기업도 예외 없어=크래커 사이에 치즈를 넣은 ‘리츠 샌드위치 크래커 치즈’에서 멜라민이 검출되기 전인 29일 인도네시아 식품의약국(FDA)은 미국계 식품기업인 크라프트푸드의 ‘오레오’와 마즈의 ‘엠&엠’ 제품에서 멜라민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리츠와 오레오ㆍ엠&엠은 국내에도 많은 양이 수입되는 세계적인 과자 브랜드들이다. 특히 국내로 수입되는 중국산 엠&엠은 인도네시아에서 문제가 된 제품과 같은 공장에서 생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청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국내에 수입된 엠&엠과 오레오에서는 멜라민이 검출되지 않았다”면서도 “인도네시아에서 문제가 된 제품과 국내 수입품이 같은 곳에서 생산됐는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 기업이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생산한 제품이나 영세 현지기업이 아닌 글로벌 브랜드 제품에서 멜라민이 검출됨에 따라 가공식품에 대한 소비자 불신은 더 커지게 됐다. 리츠 완제품을 수입 판매하는 동서식품은 이날 시중에 유통된 ‘리츠 샌드위치 크래커 치즈’ 제품에 대한 긴급 회수 작업에 들어갔다. 안경호 동서식품 홍보실장은 “국내에 수입된 리츠 샌드위치 크래커 치즈 20만개 중 18만2,000개는 이미 소비가 됐고 시중에 남아 있는 1만2,000여개에 대해 긴급 회수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멜라민 크래커ㆍ쌀과자’ 함량은 낮아=유럽식품안전청(EFSA)의 장기간 섭취 허용량(TDI)을 적용하면 체중이 30㎏인 어린이는 멜라민을 매일 약 15㎎까지 섭취해도 안전한 것으로 간주된다. 이날 발표에서 ‘리츠 샌드위치 크래커 치즈(용량 110g)’ 한 통에서 검출된 멜라민은 23.3ppm이므로 5.7통 이상 먹어야 위험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매일 이 정도의 과자를 먹기는 쉽지 않으므로 위험성은 크지 않은 편이다. ‘고소한 쌀과자’도 멜라민 함량이 1.77ppm으로 낮아 위험성이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30일 식품사고 발생시 초기부터 마무리 단계까지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종합대응 매뉴얼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전 장관은 “지금은 법과 고시만 갖고 식품사고에 대응하고 있는데 일선에서는 각 부처 담당자가 수시로 바뀌다 보니 일사불란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게 어려운 것 같다. 수입 전단계부터 유통ㆍ회수에 이르기까지 종합대응 매뉴얼을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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