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대한민국, 새로운 도전의 시대] (2부-1) 자동차

수입차 내수잠식 가능성… "수출로 극복을"<BR>값 싸지고 선택폭 넓어져 "소비자는 즐거워"<BR>내수·對美수출 전망은 낙관·비관론 엇갈려



[대한민국, 새로운 도전의 시대] (2부-1) 자동차 수입차 내수잠식 가능성… "수출로 극복을"값 싸지고 선택폭 넓어져 "소비자는 즐거워"내수·對美수출 전망은 낙관·비관론 엇갈려 이규진 기자 sky@sed.co.kr 관련기사 • 수입차업체 CEO들 시장공략 전략 부심 2009년 1월1일. 서울 강남 대치동에 즐비하게 늘어선 수입차 전시장마다 일제히 대형 플래카드가 내걸린다. ‘FTA 기념 대할인전’이라고 쓰인 큼지막한 문구 아래 판매가격을 20% 낮추겠다고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회사원 김모(38)씨는 “2,000만원 내외의 수입차들이 많다 보니 이제 젊은 소비자들도 생애 첫 차부터 외제차를 탄다”면서 “무관세에다 특소세 인하까지 해주니 비슷한 가격대의 국산차의 가격경쟁력은 이제 제로(0) 수준”이라고 밝혔다. 수입차 업계는 한미 FTA 발효에 맞춰 수입차에 거부감이 없을 뿐더러 글로벌 감각을 갖추고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20, 30대를 집중 공략했다. 당초 관세 8% 폐지와 특별소비세 5% 인하를 합해 미국산 수입차는 기껏해야 10~15%가량 가격을 내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수입차 가격폭이 워낙 거세다 보니 2,000만원대 국산 중형차들은 주춤거렸고 수입차 모델들은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사정이 이렇자 국내 완성차업체의 딜러망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수입차 시장점유율은 이미 8%를 넘어섰다. 차업계 사상 처음으로 내수시장의 대격변이 벌어진 것이다. 이날 저녁 국내 한 완성차업계의 본사 회의실. 사장 주재로 긴급 임원단 회의가 소집됐다. 중소형 모델들의 재고가 적정 수준을 넘어서면서 생산라인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현장의 보고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미 수출이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이었다. C 사장은“예상보다 빠르게 미국산 수입차들이 잘 나가고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미국 시장 수출이 가파르게 늘고 있어 줄어드는 물량을 대미 수출로 돌리면 일단 급한 불을 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회사의 경우 세계 시장에서 품질을 인정받아 일본의 명차들과 대등한 대접을 받기 시작한 게 대미 수출을 가속화시켰다. 2.5%의 관세가 없어진 것도 긍정적이다. 세계 곳곳에 생산기지를 운영하는 글로벌 경영도 안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어 내수시장의 변화를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다국적 기업들이 국내 차부품사들을 잇따라 인수하고 있다는 얘기가 오가며 분위기는 다시 무거워졌다. 한미 FTA의 파급효과를 따져본 얘기지만 현재로서는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혜택이 커질 전망이다. 가격인하와 함께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지기 때문이다. 우선 2,000cc 이상 차종에서 특소세가 10%에서 5% 인하돼 가격이 수백만원 싸진다. 현재 차량 가격이 2,771만원인 현대차의 그랜저 Q270 디럭스형은 159만원, 3,880만원인 기아차의 오피러스 GH330고급형은 223만원 내린다. 또 2,552만원인 현대차의 쏘나타 F24 엘레강스 스페셜 기본형은 147만원, 5,702만원인 에쿠스 JS380 고급형은 328만원 인하된다. 보유세도 배기량 기준으로 3단계로 단순화돼 연간 4,000억원가량 줄어들게 된다. 수백만원의 비용절감 효과보다 더 큰 변화는 미국산 수입차 가격인하 효과로 소비자들이 국내 완성차에 한정됐던 구매 대상을 미국산 수입차로 크게 확대할 수 있게 된 점이다. 수십여종의 차를 놓고 무엇을 고를지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특소세 5%와 관세 8%를 합쳐 10~15%의 가격인하 효과를 점치고 있다. 현재 2,990만원인 혼다의 시빅2.0이 가격을 10% 낮추면 2,691만원이 된다. 또 3,490만원인 혼다 어코드의 미국 판매가격은 2만6,000달러(2,430만원)로 2,800만~2,900만원에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국내에 시판되지 않은 도요타의 캠리도 2,500만~2,600만원에 팔 수 있다. 이렇게 되면 2,700만~2,800만원인 국산 경쟁 차종 현대 쏘나타 2.4와 가격차이가 거의 없어진다. 즐거운 소비자와 달리 한미FTA의 최대 수혜업종으로 꼽히는 자동차회사들은 FTA를 도약의 기회로 삼을지, 안방을 빼앗기는 ‘속 빈 강정’이 될지 손익계산에 분주하다. 전문가들은 “기회와 위기가 ‘동전의 양면’처럼 동시에 존재한다”며 “효과적인 FTA 전략을 세우고 이를 신속하게 실행에 옮겨 한미FTA 시대를 대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대미 수출과 내수시장 전망을 놓고 긍정론과 부정론이 엇갈린다. 산업연구원은 미국 시장규모가 1,600만대로 한국의 15배 이상이므로 자동차의 대미 수출 증가액이 8억1,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3,000cc 이상 차종의 관세철폐가 3년 유예된 것과 관세율 2.5%는 큰 폭이 아니어서 대미수출 효과가 미흡하다는 비판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출차들이 미국의 관세 철폐로 내릴 수 있는 값은 20만~40만원에 불과해 가격경쟁력에 큰 도움이 안된다”며 “3년 후면 현대ㆍ기아차의 미국 현지생산 비율이 70%에 이르게 돼 관세 철폐의 의미가 거의 없어진다”고 말했다. 내수시장과 관련, 일단 낙관론이 더 많다. 소비자 인기가 가장 높은 일본 도요타가 연간 550만대 규모의 미국 내 일본차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330만대가량을 생산, 한국에 들여올 여력이 없다는 분석이다. 반면 도요타 등 일본 업체들은 수년 내 북미 지역에서 100만대가량 생산능력을 확충할 것으로 보여 낙관만 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또 부품의 원산지 기준비율이 50%로 정해질 경우 미국에서 부품을 조달해 일본에서 조립한 일본차의 한국 상륙도 가능하다는 우려도 있다. 입력시간 : 2007/04/0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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