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유엔(UN)의 반대를 염두에 둔 이라크 개전 준비 최종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워싱턴 포스트(WP)는 15일 이와 관련,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16일 포르투갈령 아조레스 제도에서 영국, 스페인 정상과 3국 정상회담을 가진 뒤 UN 승인을 포기하고 곧 이라크 개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번 정상회담은 UN에서 이라크 공격에 대한 승인을 얻어내려는 부시 대통령의 외교적 노력이 실패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라면서 결국 UN의 승인 없이 전쟁을 개시하려는 막판 포석으로 풀이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이에 앞서 지난 14일 이번 3국 정상회담은 “마지막 외교적 해결을 위한 노력”이라면서 “3국 정상은 UN 결의안을 최종 추구하는 데 있어 외교를 통해 평화적으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독일, 프랑스, 러시아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UN의 승인은 애초 가능성이 없었다며, 3국 정상회담을 UN 승인 없는 개전을 염두에 둔 `정치적 쇼`로 평가절하하고 있다.
실제 미국은 이번 3국 정상 회담을 통해 명분 찾기를 모색하며 한편으론 걸프 지역에 미군 병력을 대폭 증강하는 등 개전 준비 작업에 이미 들어간 상태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라크전엔 총 38만명의 병력이 동원될 계획이라면서 병력을 속속 증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라크 주변엔 지난 주말 새로 배치된 B-2 전폭기를 비롯, 헬리콥터, 전함, 탱크, 전투기 등의 지원아래 정예병력 25만명이 증강 배치됐으며, 10~15대의 전함이 지중해를 떠나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홍해로 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단독 공격이 조만간 개시될 것을 예견하는 외신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USA 투데이는 14일 “UN의 승인을 얻지 못하는 것이 확실해질 경우 수시간내 백악관은 미리 준비된 대통령 연설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UN 승인 없는 개전가능성이 높아가는 미국은 이라크의 선제공격에 대비한 `선제공격` 시나리오도 준비해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방송은 이라크가 최근 남부 쿠웨이트 접경지대로 군을 전진 배치 시켜온 이라크의 움직임을 견제하기 위해 다국적군이 이라크 남부에서 먼저 공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부시 대통령도 15일 주례연설을 통해 “지난 88년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이라크 북부 할라부야 마을에 생화학 무기를 살포, 수천명의 쿠르드족을 살상한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라크에 공격에 대한 정당성을 찾을 수 있다”면서 선제공격이 임박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김창익기자 windo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