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로펌 대표와의 '솔직토크'] 서상홍 정부법무공단 이사장

"모든 정부부처·공기업을 고객으로"<br>싼 수임료·질높은 서비스 강점<br>"김앤장과 경쟁해도 이길 자신 호주AGS처럼 만드는게 목표"<br>지자체장·공기업 CEO등 취임 4개월만에 40여명 접촉 110건 수임·62건 법률자문<br>



그는 어느덧 능숙한 ‘찍새’(소송사건을 수임해 오는 것)가 돼 있었다. 4개월만의 변화다. 그는 판사들의 꿈인 대법원 재판연구관에다 헌법재판소 4대 헌법연구부장을 지냈다. 헌법재판소 사무차장ㆍ처장을 동시에 역임할 정도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소위 ‘손에 물 한번 안 묻힐’ 정도의 지위였지만, 그는 요즘 하루가 멀다 하게 지방원정에 나서고 있다. 서상홍 정부법무공단 이사장. 그는 ‘정부로펌’으로도 불리는 법무공단 선장을 기꺼이 맡았다. 화려한 경력만 봐도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인데, 그는 굳이 첫 실험단계에 놓여 있는 정부로펌을 맡겠다고 나섰다. 그는 “건방지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에 흔쾌히 막중한 이사장직을 수락했다”며 “개인적으로도 영광”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출범초기라 부족한 점도 많지만, 반드시 법무공단을 “호주 법무공단인 ‘오스트레일리아 가번멘털 솔리스트(AGS)’처럼 만들어 보이겠다”고 큰소리 쳤다. ◇공기업 CEO들과 맨투맨 접촉= 공단의 주요 고객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이다. 이들로부터 주요 소송을 위임받아 부당 패소를 방지하고, 정부정책이나 입법의 법적 타당성 검토를 통해 행정의 합법성을 제고하는 종합 법률컨설턴트 역할을 수행하는 게 공단의 임무다. 정부 부처장이나 지방자치단체장, 공기업 CEO들은 서 이사장의 주요 공략 대상이다. 서 이사장은 취임이후 지금까지 전국을 돌며 40여명의 단체장과 공기업 CEO들을 맨투맨식으로 접촉해 설득해 나갔다. 40명이라는 숫자가 적을 수도 있지만, 정권 교체이후 지금까지 CEO가 공석인 공기업을 빼면 대부분의 지자체장과 공기업 CEO를 만나고 다닌 셈이다. 서 이사장의 자신감 넘치는 설득에 반신반의하던 지자체나 공기업들은 대부분 “일을 맡겨 보겠다”며 호의적으로 변했다. 서 이사장은 “나에게 이런 ‘찍새’의 능력이 있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다”며 “더 많은 지자체장과 공기업 CEO들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공단이 현재까지 수임한 소송사건은 110건, 62건의 자문 및 수조원 규모의 황해경제자유구역 송악지구 개발사업, 평택 한-중 테크밸리 조성사업에 관한 법률자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서울시, 한국수출입은행 등 25개 기관과도 법률 고문계약을 체결했고, 앞으로 전 지자체, 정부 부처로 확대하겠다는 서 이사장의 목표다. ◇“호주의 AGS가 목표”= 정부로펌이라는 개념은 전세계에서 딱 두 나라에만 있다. 우리나라와 호주 뿐이다. 영국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정부 부처에서 변호사들을 고용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로펌을 따로 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3년 설립된 호주의 AGS는 정부에서 운영자금과 사건을 대 주는 구조이고, 우리나라 법무공단은 초기 운영자금 이외에는 자체 조달해야 하는 데다, 다른 로펌과 경쟁하는 체제라는 점이 크게 다르다. 사실상 전세계 유일무이한 국가로펌인 셈이다. 서 이사장은 “설립 때는 정부 예산이 투입됐지만 완전 민영화된 기업으로 운영하고 있고, 차제 수입으로 운영하는 자생구조”라며 “상당히 앞서나간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초기 법무공단은 22명의 변호사로 출범했다. 당초 예상보다도 적은 숫자인데, 서 이사장은 연내 30명까지 변호사수를 확충하겠다는 복안이다. “아직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지만 주면의 평가가 좋아 조만간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다.” 서 이사장에게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김앤장과 붙어도 이길 자신있다”= 호주의 AGS가 벤치마킹 대상이라면, 국내에서는 김앤장 등 상위 로펌들이다. 이들 로펌을 상대로 22명의 변호사를 갖춘 법무공단이 싸워 이길 수 있을까. 소위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 될 수 있을 텐데, 서 이사장은 자신만만 했다. 그는 일단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임료를 무기로 사건을 수임하고, 김앤장과 같은 대형로펌과 1대1로 맞붙어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실력을 갖춘 변호사들을 양성해 장기적으로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또 후배 변호사들의 변론보고서를 일일이 검토해 코멘트하는 등 자신의 경험을 최대한 살려 ‘품질향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서 이사장은 “주니어 변호사가 쓴 소장은 시니어 변호사를 거쳐, 실장이나 제에게 와서 모두 검토된 후 제출된다”며 “최소한 제가 한번이상 검토하지 않은 사건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서 이사장은 “수임료는 낮은 대신 서비스는 대형로펌 못지 않다”며 “거래하고 있는 정부 관계자들도 상당히 만족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입소문까지 퍼지면서 사건을 의뢰해 오는 정부 부처들도 꽤 늘었다는 게 서 이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공단의 수임료도 앞으로 현실화해야 겠지만, 그보다는 대형로펌과 경쟁에서 어느 쪽이 더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에 승패가 좌우될 것”이라며 질적경쟁에 본격 나설 것임을 내비쳤다. 올해 초 공단 변호사 채용에 예상외로 경쟁률이 10대 1을 기록한 것도 서 이사장이 미래를 장담할 수 있게 한 요인이다. 서 이사장은 “유능한 변호사들이 많이 지원해, 서비스 질에서도 경쟁 로펌에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의 업무에 법률자문 필수= 서 이사장은 지난 4개월 동안 공단을 운영해 본 느낌에 대해 “공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2006년 한해에만 국가소송 청구금액은 3조원. 실제 국가가 소송에서 패해 지급한 금액은 1,000억원이 넘는다. 정부 업무에 법률자문이 동반됐다면 불필요한 소송을 막게 될 수 있고, 소송에서도 이길 수 있어 국민의 세금을 그만큼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서 이사장이 겪은 느낌은 “여전히 정부나 지자체, 공기업들이 법률자문의 중요성을 과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의 지원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공무원들이 제대로 된 법률자문을 통해 행정업무를 처리해야 한다는 의식전환이 필요하다고 서 이사장은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의 정부업무가 전문적인 법률 자문을 거치지 않고 진행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제대로 된 법률 서비스를 받으려면 적정한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는 인식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생의 멘토는? =서 이사장은 인생의 멘토가 있느냐는 질문에, 잠시 머뭇거림도 없이 “조규광 헌재 초대소장과 윤영철 전 헌재 소장”이라고 말했다. 특히 조 전 소장에 대해서는 “어떤 경우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지키는 배짱과 포부가 남달랐다”며 존경심을 표했다. 조 전 소장은 변호사 개업 이후에도 재테크라고는 오로지 예금밖에 모를 정도로 외골수였다고 한다. 법원 부장판사 시절에는 봉급이 너무 적어 돈을 벌기 위해 대학에서 영어·불어 시간강사를 할 만큼 외국어에도 능통했는데, 아직까지 외국어 실력은 여전하다고 서 이사장은 귀뜀했다. 그는 “오늘날의 헌재가 있게 된 데는 그 분의 공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 이사장의 리더십이 추구하는 것은 뭘까. 그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결국 구성원을 제일 존중해 줘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을 “식구”라고 부를 정도로 스킨십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헌재, 변호사, 공단 이사장 중 가장 좋을 때가 언제냐는 질문에는 “판사할 때”라며 “판사가 가장 적성에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공단의 가장 시급한 일이 홍보”라며 “서울경제신문에서 잘 써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어떻게 공단을 표현하면 좋겠냐고 하자 “우리는 10만원, 20만원 받고도 실제 2~3배의 서비스를 제공할 자신이 있다는 점을 강조해 달라”고 말했다. 서 이사장은 취임 4개월만에 CEO 뿐만 아니라, 발로 뛰는 ‘찍새’에다 홍보맨까지 겸임하는 무한열정의 만능 CEO로 변신해 있었다.
■ 서상홍 정부법무공단 이사장 약력
▦1949년 부산 출생 ▦1968년 경기고 졸업 ▦1973년 서울대 법대 졸업 ▦1975년 제 17회 사법시험 합격, 서울대 대학원 수료 ▦1977년 서울 민사지방법원 판사 ▦1980년 서울 형사지방법원 판사 ▦1985년 영국 캠브리지대 수학 ▦1990년 대법원 재판연구관 ▦1993년 헌법재판소 헌법연구부장 ▦1997년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장 ▦2000년 헌법재판소 사무차장 ▦2005년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2007년~현재 정부법무공단 이사장
● 정부법무공단은
올해 2월 출범··· 국가·지자체·공공기관 소송 대행 정부법무공단은 올해 2월 행정전문 국가로펌으로 출범했다. 주로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으로부터 사건을 수임해 소송을 진행하고 정부정책과 입법의 법적 타당성을 검토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출범 이후 4개월간 태안 기름 유출사건, 로스쿨 예비인가거부처분 취소소송, 미군 기지 토양오염 등 100여건의 굵직굵직한 사건을 맡았다. 소송 뿐만 아니라 평택 한-중 테크밸리 조성, 황해경제자유구역 송악지구개발 등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한 종합 법률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국가소송ㆍ헌법행정ㆍ공정거래ㆍ조세금융ㆍ부동산 등 5개 팀에 22명의 변호사와 35명 가량의 직원들이 근무중이며 향후 변호사 숫자를 40명까지 늘려 좀 더 전문화된 법률 자문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서상홍 이사장은 "초기에는 국가를 피고로 하는 국가소송이 대부분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가 원고가 되는 기획소송과 종합법률 컨설팅부문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김홍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