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1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두달이 된 가운데 부동산 시장은 서울 강남권 등 올 상반기 급등한 지역의 집값 거품이 일정부분 제거되면서 전반적으로 안정되고 있다.
강남 재건축 단지는 일부 급매물의 거래가 어느 정도 이뤄지면서 최근들어 하락세가 주춤해졌지만 추가 하락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정부 대책과 이사철의 영향으로 전세수요가 늘면서 크게 상승한 수도권 전셋값도 진정 국면에 들어갔다.
일단 부동산 시장은 8.31 대책의 충격파에서 벗어나면서 대책 내용의 국회 처리과정과 정부의 추후 조치 등을 지켜보겠다는 관망세를 보이고 있지만, 대책의 실질적인 영향권에 들어가는 내년 이후 다시 큰 폭의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 재건축 하락세 강남 `일단정지' = 한국부동산정보협회 자료에 따르면 강남재건축은 8.31 대책 직후인 9월 3.89％ 하락했지만 10월에는 반등해 0.64％ 상승했다.
강남구는 9월 -5.37％에서 10월 0.89％로 상승했고 강동구와 송파구도 각각 -4.64％에서 1.24％, -3.61％에서 0.67％로 반등했다.
견제장치가 마련되면 강남 재건축을 허용할 수 있다는 최근 정부 발표나 다른호재의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 다만 급매물이 소진된 것이 하락세를 일단 멈추게했다는 것이 부동산 업자들의 설명이다.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31평형은 한때 6억8천만원까지 내렸지만 지금은 7억4천만-7억5천만원선으로 가격이 회복되고 있다.
인근 명성공인 관계자는 "일부 급매물이 소화되면서 매물은 자취를 감췄고, 가격도 차츰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조은공인 관계자는 "최근 급매물이 모두 소진되면서 거래도 없다"며 "아무래도국회에 올라간 8.31 대책들이 어떻게 통과될지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일원동 대우아파트 인근 일심공인 관계자는 "24평형은 6억원, 28평형은 7억원이상은 줘야 한다"며 "주민들은 집값은 내릴만큼 내렸고, 값을 더 내려서 파느니 차라리 손해를 보더라도 집을 유지하겠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34평형의 경우 대책 전 10억6천만원까지 올랐다 대책 이후 8억원 초반대까지 내렸지만 지금은 9억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인근 송파공인 관계자는 "불과 열흘 전에만 해도 8억원 초반대에서도 거래가 성사됐는데 지금은 9억원 이상은 줘야 한다"며 "특별한 호재가 있는 것은 아니고, 단지 매물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11평형은 현재 3억5천만원에 가격이 형성돼 있고 강동구둔촌주공1단지 16평형은 4억원까지 떨어졌다 최근 4억3천만원까지 회복했다.
둔촌동 효성공인 관계자는 "둔촌주공1단지 16평형은 한때 4억1천만원까지 내려갔지만 최근 2천만원 정도 다시 올랐다"고 말했다.
◇ 수도권 재건축 하락세 `가속' = 9월 1.02％ 하락한 수도권 외곽 재건축 단지는 10월 또다시 1.38％ 내려 하락폭이 오히려 커졌다.
수도권 외곽 재건축 단지는 강남 재건축 단지에 비해서도 실수요보다 투자목적이 훨씬 크기 때문에 8.31 대책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들 지역 재건축 단지는 실제 거주하는데 큰 불편함이 없는 중형 평형은 거래가 어느정도 되지만 소형 평형은 매수자가 외면해 호가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과천 주공6단지 18평형은 대책 전에는 6억원에도 물건이 없었지만 지금은 4억8천만원에도 매물이 있다.
인근 공인 관계자는 "대책 이후 실수요자가 증가하면서 27평형이나 32평형 등넓은 평형은 가격이 내리면 즉각 매매가 성사되지만 소형 평형은 거래가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공2단지 18평형은 한때 6억5천만원까지 뛰었지만 지금은 1억원이 내린 5억5천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의왕시 주공2단지 14평형도 많이 올랐을 때는 3억3천만원까지 호가했지만 현재2억6천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고 군포시 산본 주공1단지 16평형은 3억6천만원까지 가격이 내렸다.
산본 대림공인 관계자는 "8.31 대책 이후 재건축 입주권을 주택으로 본다고 발표한 이후 가격이 많이 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 일반아파트 매매ㆍ전세값 안정 = 그동안 재건축에 비해 하락폭이 크지 않았던 일반 아파트는 지금은 거래가 거의 멈췄다.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서울 일반 아파트 주간 변동률은 대책 이후 완만한 하락세를 유지하다 지난주 0.01％ 반등했지만 변동폭은 크지 않다.
대책 이후 폭등하며 서민경제를 위협해 온 전셋값도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오름세는 주춤해졌다.
강남구 대치동 삼성래미안 32평은 전셋값이 여전히 3억5천만원 이상을 호가하지만 가격 상승세는 일단 멈춰섰다.
신당동 남산타운 32평형은 2억5천만원에, 약수하이츠 28평형은 2억3천만원선에전세 매물이 나와 있다.
인근 타운공인 관계자는 "신당동 일대 약수동과 옥수동 전세 매물은 여전히 부족하지만 가격이 이전과 같이 크게 뛰지는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분당과 용인도 전셋값이 안정되고 있다.
분당 서현동 시범단지 삼성아파트 32평형 전셋값은 현재 2억5천만-2억7천만원선에 형성돼 있다.
인근 서울공인 관계자는 "32평형은 8.31 대책 전 2억2천만원대에서 지금 5천만원 이상 올랐지만 상승세는 주춤하다"고 말했다.
야탑동 현대아이파크 55평형은 4억원에 전세 매물이 나오고 있고 용인 죽전동죽전아이파크 33평은 1억7천만-1억8천만원에 거래된다.
죽전동 대일공인 관계자는 "이곳 전셋값은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매물을 찾는 손님은 최근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 김포신도시 인근 "봄부터 올랐다" = 김포신도시 확대 방침이 발표된 가운데김포 인근 지역 아파트값이 크게 뛰고 있다.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8.31 대책 직후 두달간 김포 지역 아파트가격 변동률은 0.94％를 기록, -0.31％의 변동률을 보인 경기 지역에서 가장 높은 가격 상승률을 보였다.
이 지역에서도 주로 김포신도시 개발예정지인 장기동 일대 단지들이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장기동 현대청송1차 3단지 42평형은 현재 로열층이 3억2천만원, 58평형은 4억5천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인근 장기공인 관계자는 "58평형의 경우 신도시 영향으로 최근 5천만원 가량 가격이 올라 현재는 가격이 정지된 상태"라고 말했다.
인근 월드아파트 단지도 가격이 많이 올라 월드 4차 42평형은 현재 2억5천만원, 49평형은 2억8천만원에 호가한다.
인근 부동산마을 공인 관계자는 "이 지역은 정부가 신도시 확대를 발표하기 훨씬 이전인 5월경부터 신도시 개발 소문이 돌아 꾸준히 가격이 올랐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