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나라에 석(石)씨 성을 가진 사람이 거대한 상수리 나무 옆을 지나고 있었다. 나무가 얼마나 크던지 줄기가 백척이 넘을 만큼 굵고 산처럼 높아 나무 밑에서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다른 사람들이 감탄사를 연발하며 나무를 칭송하기 바쁜데 석목수는 눈길한번 주지 않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제자가 “훌륭한 목재를 왜 거들떠 보지도 않습니까”라고 묻자 석목수는 이렇게 말한다. “배를 만들면 이내 가라 않고 관을 짜면 썩어 문드러지는 아무짝에 쓸모 없는 나무야. 재목감이 안되는 나무를 어찌 좋은 나무라 하겠는가.” 그날 밤 석 목수 꿈에 상수리 나무가 나타났다. 그가 하는 말. “쓸모 없는 나무가 이리 크게 자랄 수 있겠느냐”며 “과일나무는 쓸모가 있어 천수를 누리지 못한 채 일찍 죽지만 나는 아무 쓸모가 없기에 오랜 세월 나 자신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었어”. ‘모든 살아있는 것에는 존재의 의미가 있다’는 의미로 요즈음도 자주 인용하는 ‘쓸모없는 나무가 오래 산다’는 이 말은 장자의 ‘인간세’ 에 나온다. 자고 나면 도시의 지형이 바뀔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에는 최근 각종 사회적ㆍ정신적 문제가 심각하다. 그 해결 방안을 전통 사상에서 구하고자 하는 중국인들에게 ‘노자’ ‘공자’ 등 중국 고전을 재미있게 강의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위단 베이징 사범대학 교수가 장자를 요즈음 중국 사람들에게 맞는 이야기로 각색했다. ‘위단 신드롬’으로 불릴 정도로 최고의 언변을 자랑하는 그는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하는 고전의 관념을 털어내기 위해 학술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장자에 담긴 에피소드를 끄집어내 중국 현대인의 관심사와 연결해 설명한다. 자칫 현학적으로 흐르기 쉬운 장자의 사상을 ‘마음 다스리기’라는 현대인의 생각에 맞춰 재구성한 것이 인기의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