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글로벌 기업 향한 '大望의 해'

절망 넘어 제2의 삶 개척, 신길승 레카전자 대표의 2006년은…<br>실직자 9명 '십시일반' 이미용기구 생산업체 설립<br>3년만에 25개국 수출· 年매출 90억원 '고속성장'



신길승(왼쪽에서 세번째) 레카전자 대표가 직원들과 한데 모여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지난 2002년 7월 어느날. 불혹에 막 접어든 한 직장인은 찌는 듯한 날씨에도 아랑곳 없이 넋 잃은 표정으로 하늘만 바라보고 서 있었다. 8년여간 몸담았던, 젊음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던 소형 가전회사에서 막 퇴직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회사가 생산라인을 중국으로 옮기면서 닥친 상황. 하지만 그는 한달뒤 구조조정 대상이 됐던 같은 직장의 8명과 의기투합, 제 2의 인생을 시작했다. 그리고 3년여가 흐른 지금 25개국에 수출하며 매출 90억원을 올린 기업 대표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미용기구를 생산하는 레카전자 신길승 대표의 ‘짧고도 긴’ 흔적들이다. 그래서 신 대표에게 2006년은 절망과 고통을 넘어 제 2의 삶을 시작하는, 그리고 세계적 기업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아니 남들이 말하는 진짜 ‘대망의 해’로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읍내 속칭 미니공단 1,000여평에 최근 자리한 레카전자 사업장에서는 그래서 병술년 벽두 영하의 차가운 겨울바람에도 따스함이 가득 베어나오고 있다. 상추와 오두막이 들어설 텃밭. 2층짜리 건물에 생산라인이 자리한 아래층에는 40여명의 직원들이 살가운 표정 속에 바쁜 손놀림을 하고 있다. “빈 손으로 겁도 없이 뛰어들었을 때 3년내 꼭 우리 공장을 짓겠다고 약속했다. 월급도 못 챙겨줄 때가 수도 없이 많았지만 모두들 ‘내 회사’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일해 준 덕분에 약속을 지킬 수 있어 정말 기쁘다.” 신 대표는 100여평의 임대공장에서 동거동락을 하다 마침내 지난 10월 내 집을 마련한 것이 직원들의 힘이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유명 소형가전업체 개발팀에서 모두 15년간 엔지니어로 일한 경력의 신 대표와 해외영업, 관리, 디자인 분야에서 쟁쟁한 실력을 갖춘 실직자 9명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모두가 주주인 ‘종업원 지주회사’를 그해 8월 세웠다. 그렇게 시작한 고단한 길을 서로 다독이며 지난 2003년 10억원에 불과하던 회사 매출을 2004년에는 45억원으로 키워냈다. 지난해에는 매출이 90억원에 달하는데다 450만달러의 수출로 무역의 날에는 300만불 수출탑을 타는 기쁨도 누렸다. 신 대표는 “새로 옮긴 우리 공장에서 첫 제품을 출하할 때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면서 “어떤 직원은 공장 사진을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해외 바이어에게 자랑하는 등 우리 힘으로 해냈다는 자부심이 무척 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창업멤버들에게 지난 시간들은 엄청난 시련이었다. 생산직, 협력업체에는 제 날짜에 꼭 월급이나 대금을 줬지만 그들은 1년에서 1년 6개월 정도 월급 봉투를 집에 가져가지 못했다. 이재일 이사는 “창업 멤버들은 지난 3년간 휴일 없이 일 했고 사장은 창업자금 마련하느라 집을 팔고 시골 전셋집에서 2년 넘게 살았다”고 귀띔했다. 이들에게 사업초기 외환은행 구리지점장은 결코 잊을 수 없는 ‘힘’이었다. 신 대표는 “2003년 초반 당시 지점장님이 저희들의 가능성만 믿고 3,000만원의 마이너스 대출을 해줘 오늘의 기틀을 다질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레카전자는 기존 업체들이 버티고 있는 시장 대신 애완견 전용 드라이어와 이발기 등의 틈새시장을 파고들었다. 첨단 디지털 고데기쪽에도 초점을 맞춰 20개가 넘는 모델을 내놓았다. 특히 선진국 고가 시장을 타깃으로 바이어를 발굴, 현재 미국 영국 등 25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우수한 성능과 국가별 특성에 맞춘 디자인, 애프터서비스를 뒷받침하면서 이런 고가 전략이 먹혀 든 것이다. 또 문의가 오면 캐나다든 멕시코든 샘플을 들고 달려가는 정성은 바이어들을 감동시켜 거래선을 늘려가는 자양분이 됐다. 얼마전 새롭게 뚫은 캐나다 시장은 호주 바이어가 소개를 해줘 80만 달러라는 ‘대박’을 터트리기도 했다. 신 대표는 지난해말 3,000여만원을 연차와 업무 성과에 따라 40여명의 생산직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공장 부지를 구입하고 건물을 짓느라고 15억원이나 들어 다소 빡빡하긴 했지만 작은 성과라도 나눌 수 있어 기뻤다는 신 대표. 그는 “모든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있다는 게 우리 회사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면서 “‘올해 15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2-3년뒤 코스닥 시장에도 진출해 한국의 대표(Representation of Korea)’를 의미하는 ‘레카(RECCA)’라는 사명에 맞게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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