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인감증명制 폐지해야

대표적 '고비용 저효율' 제도<br>공증제, 대안으로 도입할 수도

정부에서는 부동산 매매, 금융기관 대출 등에 이용되고 있는 인감증명제도를 점진적으로 폐지할 것이라고 한다. 지난 93년 문민정부 때부터 점진적인 폐지가 논의돼 그 일환으로 직접증명방식에서 간접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참여정부는 인감제도 폐지에 대해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동산거래계에서는 인감제도 폐지로 혼란이 야기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인감증명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국민의 불안심리를 해소하는 대안 마련과 점진적인 폐지가 이뤄져야 한다. 인감증명제도는 신용 및 공증제도가 일반화되지 못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저렴한 비용과 간편한 절차로 본인의 의사를 입증하는 데 널리 이용되고 있다. 이러한 인감제도는 1914년 조선총독부가 조선에서 일본인의 경제활동을 합법적으로 보호하고 조선인들의 경제활동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강제적으로 도입했다. 이러한 취지하에 도입된 제도를 해방 후에도 무비판적으로 채용하고 오히려 강화해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인감증명제도는 일제 잔재라는 점 이외에도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로 인감증명의 본래 기능이 약화됐다는 점이다. 현재 간접증명방식은 원래 인감증명제도의 순기능 중 하나인 인감의 진정성에 대한 확인기능이 현저히 약화됐다. 또한 인감 발급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담당 공무원들의 책임이 없어지므로 인감증명서 진위를 당사자가 확인해야 한다. 둘째로는 유지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고비용 저효율의 대표적인 제도라는 점이다. 현재 인감증명을 요구하는 법규가 부동산등기법 등 약 130여개에 이르고 관련 사무만도 650개에 달한다. 2004년 한해 동안 약 6,328만통의 인감이 발급됐는데 한통에 600원인데다 오가는 교통비ㆍ시간과 동사무소 종사자들의 인건비 등을 계산하면 비용이 수조원에 이른다. 그런데 이 같은 인감증명의 대부분은 행정편의를 위해 관성적으로 요구되며 꼭 필요한 것은 몇 가지 사무에 불과하다. 셋째로 세계화시대에 외국인의 국내투자 등에 진입장벽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구 유럽 등에서는 이러한 인감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에게 인감을 요구하는 것은 한국 경제계 진입을 제한하는 게 된다. 이러한 문제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폐지되지 않고 있는 이유로는 우선 국민이나 관공서의 인감제도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와 막연한 불안감을 들 수 있다. 구체적인 거래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방법으로 면대면으로 본인을 확인한 후에도 인감을 첨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인감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에서 비롯된 것이다. 둘째로는 행정부서의 이기적 편의주의와 이에 따른 폐지에 대한 소극적인 자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감제도가 있는 나라는 한자권인 우리나라와 일본, 그리고 대만뿐이다. 서구 유럽 등은 모두 사인제도와 공증제도를 도입하고 있는데 우리보다 부작용이나 법적 분쟁이 훨씬 적다. 인감증명제도 폐지 이후 발생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인감을 요구하는 130여 법령과 650여 사무에 대한 효용도와 필요성을 면밀히 검토해 꼭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는 대안을 찾고 나머지 분야는 폐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적 거래에서 중요한 부동산매매 등과 같은 경우에는 인감제도가 필요한데 이에 대해서는 공증제도를 도입하면 된다. 현재 연구 중인 전자인증제도 등 첨단 시스템과 연계해 방안을 강구하면 좋은 대안들이 나올 수 있다. 이러한 대안에 대한 연구와 함께 점진적으로 폐지하게 된다면 폐지로 인한 국민의 불안도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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