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잘나가는 현대차 i10 '국내서 왜 안파나?'

작년 국내 역수입 시도 노조 반대에 백지화<br>소비자들 "국내 경ㆍ소형차 시장 외면" 불만



“i10이 인도에서 상당히 인기가 높다. 인도 유력매체가 주관하는 ‘올해의 차’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했다.”(최재국 현대자동차 사장)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10월 인도에서 출시한 1,100㏄급 소형차 ‘i10’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현대차를 인도에서 2위 판매업체로 끌어올린 상트로(국내명 아토즈) 신화를 i10으로 재현하겠다는 각오도 대단하다. 지난달 말 인도 첸나이에서 기자가 직접 확인한 i10은 경쟁 모델을 능가하는 성능과 품질, 세련된 디지인으로 현지인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내심 ‘이 정도라면 국내에서도 통하겠다’는 판단이 들 정도였다. 현지에서 만난 현대차 경영진은 하지만 i10의 국내 도입에 대해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당시 인도 현장을 방문했던 정몽구 현대ㆍ기아차그룹 회장은 기자회견 막바지에 “i10을 국내에 들여올 생각이 없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은 채 등을 돌렸다. ‘그럴 계획이 없다’는 무언의 답변으로 비쳐졌다. 표면적인 이유는 다양했다. 인도에서 생산한 i10을 국내에 수입하면 관세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없다거나 계열사인 기아차에 경차시장을 몰아줘야 한다는 등등. 하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 곳에 있는 듯하다. i10 수입판매에 관한한 경영진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노조 반응(현대차는 단체협약에 의해 해외 생산차량이나 부품을 역수입할 때 반드시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지난해 현대차는 1,000㏄ 엔진을 장착한 i10를 국내에 역수입하려고 시도했지만 노조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계획 자체를 백지화했다. 당시 노조는 “해외에서 생산된 차량을 국내로 들여오면 일감이 줄어 일자리가 위협받게 된다”는 반대논리를 펼쳤다. 현대차는 ‘경ㆍ소형차는 해외에서, 중ㆍ대형차는 국내에서 생산한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경ㆍ소형차를 국내에서 더 이상 생산하지 않겠다는 것. 반면 올 초 선보인 ‘제네시스’를 필두로 프리미엄급 중ㆍ대형차를 잇따라 출시할 계획이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업계는 현대차의 이 같은 전략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해외 선진업체를 능가하는 기술과 마케팅 투자 없이는 프리미엄급 시장에서 현대차가 경쟁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내수시장에 기반을 두지 않은 경ㆍ소형차 전략은 자칫 선진 글로벌 기업이나 현지업체의 저가 공세에 밀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 것이다. 현대차 내부에서도 경ㆍ소형차에 초점을 맞춘 연비ㆍ친환경 위주의 글로벌 트렌드에 역행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은 국내 1위 기업인 현대차가 수익성만을 고려해 경ㆍ소형차 시장을 외면하자 불만을 터뜨렸다. 최근 현대차는 3~4개월마다 신차 개발일정을 수정하고 있다. 경영진도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람으로 치면 불혹(창립 40주년)의 나이를 넘긴 현대차. 사족이지만 현대차 노사가 눈앞의 나무만 바라보다가 숲의 변화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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