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수도권 규제완화, 지금이 적기

수도권 지역으로의 과도한 인구 집중을 억제한다는 명분하에 지난 30여년 동안 지속된 수도권 규제는 기대한 효과는 얻지 못하고 부작용만 양산하고 있다. 최근의 전경련 조사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조사결과에 의하면 수도권 소재 대기업 공장의 3분의1이 수도권에서 추가적인 공장 설립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과도한 수도권 규제로 인해 투자계획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고 있는데 지체된 투자 금액은 4조9,453억1,100만원에 달하며 지체되고 있는 공장 규모는 45만3,151평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권 규제정책이 시대적 여건에 맞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수도권에 대한 산업입지 규제는 제조업을 전형적인 인구 집중 유발시설로 간주하고 공장입지를 제한할 경우 당연히 고용 인원 감소 및 인구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통계에 의하면 지난 10년 동안 수도권에서 공장 수는 증가했지만 종업원 고용은 오히려 약 1만명 정도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도권 제조업이 노동집약형에서 공장자동화를 통한 자본집약형으로 전환됐음을 의미한다. 즉 제조업은 더 이상 인구 집중을 유발하는 요인이 아니다. 실제 수도권의 인구 증가는 제조업이 아니라 금융ㆍ도소매업 같은 서비스업의 고용 증가에 기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의 입지를 억제해 수도권 인구를 잡겠다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 발상이다. 또한 수도권 집중 억제를 통한 지역균형개발이 폐쇄경제하에서는 가능한 정책목표지만 지금과 같은 개방경제하에서는 비현실적인 방안이다. 이러다 보니 수도권 규제정책이 오히려 의도하지 않았던 부작용을 노출하고 있다. 인구 집중 억제라는 애초의 정책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채 오히려 무등록 공장의 남발, 수도권의 평면적 확산, 계획 체계의 교란 등과 같은 다양한 부작용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도권의 입지적 이점이 강력히 남아 있는 여건에서 수도권 지역에의 공장 설립을 금지하는 규제정책은 결과적으로 소규모 공장들의 불법적 입지를 유발하는 부작용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서울에만 1만1,000여개, 인천에 1,800여개, 경기도에 1만여개 등 수도권 지역에 모두 2만여개에 달하는 무등록 공장이 무질서하게 산재하고 있다. 이러한 무등록 공장은 교통 체증의 유발, 환경 오염 가중, 외국 근로자들의 불법 체류 유발 등 다양한 문제점을 노정시키고 있다. 왜 수도권 입지 규제정책은 원래의 정책 목표는 달성하지 못하면서 부작용만 양성하는가. 그것은 잘못된 정책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생존 본능상 효율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기업으로서는 수도권 분산이나 국토의 균형개발 같은 사회적 가치에는 관심이 없다. 따라서 기업의 입지를 제약하거나 강제로 분산시키려는 정책은 오히려 기업의 투자 의욕을 감소시키거나 투자 시점을 실기하게 해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비용을 유발시킨다. 그러면 수도권 문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선택은 무엇인가. 그것은 기업의 분산이 아니라 정부 활동의 분산이다. 균형발전 같은 사회적 가치는 민간 부문이 아닌 공공 부문의 책임이다. 따라서 정부 활동의 이전은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소임인 형평가치의 실현을 위해 정부가 직접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섬으로써 민간 부문의 효율성을 높이고 균형발전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달성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정책 수단이다. 영국이나 프랑스 등 많은 선진국들이 공공 부문의 이전을 통해 대도시 집중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역균형개발 차원에서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의 대규모 지방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지금이 기업입지 규제를 폐지할 가장 적절한 시기이다. 기업에 입지 선택의 자유를 되돌려주는 것이야말로 기업경쟁력을 높여 일자리 창출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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