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치불안 금융위기 키운다] 3. 선거때마다 위기겪는 브라질

정치인들 지지율 연연 경제 살려내기는 뒷전국제통화기금(IMF)이 브라질에 3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한다는 뉴스가 전해진 지난 8일 상파울루의 보베스파 주가지수는 4.5% 급등했지만 다음날 3.2% 하락, 시장 안정의 기대는 하루 만에 꺾였다. 시장경제에 부정적인 좌파 대선 후보들의 지지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IMF를 앞세워 브라질에 대한 지원을 결정한 것은 미국의 안방인 남미 최대의 경제국에 좌파 정부 수립을 저지하되 칠레처럼 좌파 정권이 서더라도 시장경제를 인정하도록 족쇄를 채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목적은 IMF 자금 지원조건에 명시돼 있다. 300억달러 중 60억달러는 오는 10월 선거 전에 지원되지만 나머지 80%의 자금은 차기 대통령 당선자가 IMF의 조건을 수용할 경우 준다는 조건이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1ㆍ2위를 달리는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후보와 치로 고메스 후보가 노동자와 빈민층의 지지를 얻어 당선되더라도 국가파산을 피하려면 IMF가 요구한 까다로운 조건을 들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브라질은 10월 대선을 전후로 글로벌 자본시장의 요구에서 약간의 정치적 일탈이 발생하더라도 곧바로 해외자금 이탈에 따른 시장 붕괴와 경제위기로 치달을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다. 브라질은 지난 87년에 치욕적인 모라토리엄(대외채무지불유예)을 선언한 경험이 있고 선거를 주기로 경제위기가 발생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98년 대선에서 페르디난도 카르도수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하자 그의 정적이었던 이타마르 프랑코 전 대통령이 이듬해 1월 미나스 제라이스 주지사에 출마, 당선된 후 연방정부 부채에 대한 상환 유예를 선언했다. 이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브라질을 떠났고 카르도수 정부는 고정환율제를 포기하고 헤알화를 절하했다. 94년 대선 직전에 브라질은 연간 2,000%에 이르는 살인적인 물가 폭등에 시달린 바 있다. 이번 대선에서 카르도수 현 대통령이 3선 금지조항에 묶이자 우후죽순처럼 등장한 대선 후보들 중에서 좌익 후보들이 우세를 보이면서 경제위기가 시작됐다. 좌파 정당들은 가난한 유권자를 겨냥, 경쟁적으로 해외부채 상환을 유예할 것을 주장했고 이에 미국과 유럽계 자본들은 적어도 선거 전에는 빠져나가야 한다며 엑소더스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브라질은 물론 아르헨티나ㆍ멕시코ㆍ베네수엘라ㆍ에콰도르 등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에선 정치 불안이 곧바로 경제위기로 연결됐다. 멕시코는 과거 4번이나 대통령 선거 때마다 금융위기에 빠졌고 2000년 대선에서는 경제가 안정돼 있는데도 IMF에 선제적 지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98년 말 베네수엘라 집권세력은 대선을 앞두고 인위적으로 고평가된 통화를 방어하려다 실패, 우고 차베스 대통령에게 정권을 내줬다. 차베스 대통령의 베네수엘라와 마찬가지로 아르헨티나도 대중적 인기에 영합한 정치인들이 득세하고 있다. 하지만 이 두 나라에서는 정치인들이 지지율에 연연하는 동안에 경제는 최악의 상황에 허덕이고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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