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런던­파리­프랑크푸르트 “유럽 금융중심지” 각축

◎런던,세계최고 금융가 이점 최대활용/파리,98년 단일통화 거래 도입등 움직임/프랑크푸르트,유럽내 자금 유치 총력가면쓴 댄서들이 객장 특설무대에서 춤춘다. 광대들은 형광빛을 발하는 막대를 치켜올린다. 천장에서는 레이저 광선과 드라이아이스가 무대중앙을 향해 흩뿌려지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선물거래소 「도이치 테르민뵈르제」가 최근 런던에서 열린 투자설명회 도중 준비한 오찬 프로그램의 일부다. 「돈」이 나도는 곳에서 풍기는 딱딱한 이미지는 전혀 찾아볼수 없다. 대신 기발한 오락물들이 투자자들 앞에 선보인다. 99년 유럽단일통화(EMU)를 앞두고 벌어지는 통화거래소들의 이같은 모습은 이제 유럽 어느 도시에서도 낯설지 않다. 단일통화 이후 유럽의 금융중심지로 발돋움하기 위한 각국의 몸짓이다. 세계 금융중심지로서의 위치를 잃지 않으려는 영국, 선두를 탈환하기 위한 프랑크푸르트와 파리의 자금 끌어당기기 작전. 유럽 3대 금융 중심지로 불리는 이들 도시의 각축전이 벌써부터 뜨겁다. 2년여후 단일통화로 전환될 유럽의 자금과 이를 노리고 몰려오고 있는 미국등의 투자자금을 선점키위한 작전이다. 3개 도시의 각축이 시작된 직접적 계기는 94년 9월. 유럽화폐통합의 산실인 유럽통화기구(EMI)가 프랑크푸르트의 빌리 브란트가에 입주하면서부터다. 유럽금융가에 독일을 중심으로한 새판짜기가 시작될 것임을 알리는 신호였다. 금융중심지로 자부하던 런던의 자존심은 여지없이 구겨졌다. 독일 당국은 중앙은행을 유치한 이점을 살려 투자자금을 끌어모았다. 단일통화로 흡수될 유럽내 소규모 국가들의 자금이 몰리기 시작했다. 『유럽의 소규모거래소들이 소멸할 날도 멀지않다』(벨기에 선물거래소 벨폭스의 조스 슈미트소장)는 말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주식과 옵션 등 각종 거래소들도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유럽 도시들을 순회하는 등 거래소들의 홍보열기도 치열하다. 반면 영국은 단일통화로의 가입마저 불확실하다. 일부에서는 가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득세하고 있다. 금융중심지로서의 자존심과 재정적자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영국 부동산그룹인 힐리 앤 베커(H&B)는 『5년안에 자금면에서 프랑크푸르트가 런던을 앞지를 것』이라고 내다본다. 물론 영국도 선두 굳히기에 나름대로 열심이다. 외국투자가에 대한 규제를 대폭 풀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각국의 이름난 거래인들을 사냥하고 있다. 유럽 각국 금융기관의 중심건물이 런던에서 떠나지 않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들도 아직은 투자거점지로 런던을 찾고 있다. 전문가들도 단일통화가 도입된다고 해서 급작스럽게 자금이 빠져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낙관한다. 단일통화 도래에 가장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은 곳은 역시 파리다. 파리 금융당국은 98년부터 단일통화 아래의 본드시장을 개설할 계획이다. 선물거래시장인 마티프(MATIF)도 시장에 단일통화의 거래를 시작할 것임을 밝혔다. 프랑스정부는 단일통화가 도입되는 99년부터 정부부채를 유러로 전환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채권자들로서는 프랑스에 자금을 투자하는데 불안감이 없어진 것이다. 최근엔 프랑크푸르트측과 주식 및 파생통화의 공동거래를 위한 공동전자시스템 계획을 백지화했다.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자는 심산이다. 새 금융중심지로 올라설 수 있다는 자심감이 몸에 배고 있다는 징표이기도 하다.<김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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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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