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 부동산거품 붕괴될까" 촉각

美 지난해 주택가격 20년 평균이상 상승우리나라와 미국 모두가 부동산 가격 때문에 홍역을 치루고 있다. 형태는 조금 다른데 우리는 강남지역 아파트 가격이 올라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반면 미국은 그동안 상승했던 주택가격이 하락할 경우 주식에 이어 부동산 버블이 붕괴될 수 있다는 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먼저 우리나라 사정부터 정리를 해 보자. 우리 투자자중 상당수는 시중 유동성이 많지만 이 돈의 대부분이 부동산에 가 있어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실 이런 시각은 과거에도 있었다. 90년대 초에 주가가 떨어지고 부동산이 오르자 증시부양 대책의 하나로 5대 신도시 중도금 납부 일자를 조정했던 것으로 보면 우리 투자자들이 부동산과 주가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믿는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그러나 부동산으로 유입되는 돈의 흐름을 차단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렇게 한다고 해서 주식시장으로 돈이 들어오지는 않는다. 투자자들이 어떤 자산에 투자할 지 결정하는 요인은 수익성과 그 자산이 자신의 성향과 맞느냐 하는 두 가지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금리가 20%에서 5%까지 떨어져도 채권에 투자하는 사람은 여전히 채권만 고집하고, 주식에 투자하는 자금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것이다. 금융상품인 주식과 채권도 이럴 정도인데 부동산에 투자하던 자금이 주가가 오른다고 주식시장으로 들어오기를 기대하기 힘들다. 과거 예를 보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진다고 해서 주가가 오르지 않았던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먼저 85년부터 90년까지의 사례를 보자. '3저 호황'을 기반으로 85년 말부터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다. 부동산은 주가가 오르는 2년 동안 전혀 힘을 쓰지 못해 지금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목동과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 조차 주인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 것은 87년 중반. 그 이후 2년 동안 주가도 오르고 부동산도 오르는 자산가격 상승 시대가 계속됐다. 부동산은 주가보다 생명력이 길었다. 89년 4월을 기점으로 주가가 떨어졌지만 부동산은 90년까지 올라간 후 하락했다. 이렇듯 주가와 부동산 가격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주가가 먼저 상승한 후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가가 경기에 선행하는 반면 부동산은 경기가 굉장히 좋아지고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 나는 시점부터 오르기 시작하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오르는 형태도 주가는 천천히 오르는 반면 부동산은 한번 상승이 시작되면 초기에 급등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주식은 공개된 시장에서 모든 물량이 전면 거래되는 반면 부동산은 몇몇 채의 집이 전체 시세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정책당국이 부동산 가격 하락을 막는데 급급하고 있는 미국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4월 17일 미국의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상하 양원 경제합동위원회 증언을 통해 주택가격에 버블이 생겼을지 모른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2001년에 미국을 포함해 전세계 주택가격이 크게 오른 것이 사실이다. 중요한 나라만 봐도 스페인의 집값이 15%나 올랐고, 아일랜드와 영국도 각각 14%와 11%가 상승했다. 미국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지난 20년 동안 오른 평균치 이상의 상승을 기록했다. 이런 부동산 가격 상승은 미국 경제에 엄청난 힘이 됐다. 지난 2년 동안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가계의 부(富) 증가분이 2조 달러에 이르렀으며, 특히 2001년 모기지 금리 하락에 따른 리파이낸싱으로 가계의 연간 부채부담이 140억 달러나 줄어 경기후퇴기에 소비지출을 지탱할 수 있는 요인이 됐다. 이 같은 주택시장 강세로 주택가격 버블 출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것이 사실이나 그린스펀은 주택과 증시 버블을 같이 놓고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첫째, 증시와 달리 부동산은 상당한 거래비용을 수반하므로 버블이 형성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미국의 증시 연간 회전율은 100%를 상회하는 반면 주택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둘째, 주택 가격은 지역별로 커다란 차이가 있어 증시에 비해 차익기회도 적다는 것이다. 그린스펀이 이런 얘기까지 하는 속사정은 뻔하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소비가 줄고 담보자산이 부실화되어 금융기관이 그 다음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책당국은 부동산 하락에 따른 악영향의 사례를 일본에서 찾고 있는 것 같다. 10년 전에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자산이 감소해 소비가 줄어들 수 있는 가능성을 겁내고 있는 것이다. 지금으로써는 경기둔화기에 주택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미국 정책 당국의 강변도 신뢰하기 힘들지만 엄청나게 가격이 떨어지는 버블 붕괴를 가정하는 것도 아직은 타당성이 없어 보인다. 이종우 미래에셋 전략운용센터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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