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돈부시 MIT교수] "오마에 무지... 한국 괘념말라"

미국 저명 경제학자인 루디거 돈부시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는 20일 오마에가 일본 우익 격주간지 「사피오」에 두 차례에 걸쳐 게재한 한국경제 비판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한국은 오마에의 무지를 용서하고 그대로 나아가는 것이 더 현명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오마에는 「한국이 경제적으로 일어설 수 없는 이유」란 경제평론을 통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계 투자은행의 말을 좇아 경제성장을 지탱해온 재벌을 해체해 나라를 결딴내고 있으며 주요 부품을 생산할 수 없는 현재의산업구조로는 절대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을 제기해 논란을 일으켰었다. 클린턴 행정부의 경제자문을 맏기도 한 돈부시 교수는 「십자포화속의 한국 개혁」이란 제목의 이 기고문에서 『오마에의 비난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그의 의견들은 경제원론이 가르쳐 주는 이론과 크게 어긋날 뿐만 아니라 한-일간에 개재되는 편견과 콤플렉스가 지나치게 강하게 드러나 있으며 외부에서 불충분한 것으로 결론을 내린 일본 모델이 아주 좋은 것이란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한국이 주요 부품을 생산하지 못함으로써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오마에의 주장에 대해 『국가가 제조업에서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수직적 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생각은 경제학의 기본개념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면서 『지난 100년간 각국이 가장 잘 만드는 것을 전문화해야 한다는 개념을 깨기 위한 시도가 있었지만 이들의 노력은 성공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개방의 길을 택하고 시장경쟁 원리로 자원을 분배하는 나라들은 큰 발전을 했으나 일본처럼 빈사상태에 이른 체제를 방어하려고 매달리는 나라는 기력을 잃고 금융난을 겪게 되며 결국 침몰하는 수 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돈부시 교수는 이어 한국경제 위기의 초점은 『관료와 대기업의 유착이었다』고 지적하고 『오마에의 통렬한 비난이 담고 있는 일관된 주제는 한국을 일본에 팔아넘기라는 것으로 아시아 문제는 아시아로 하여금 고유의 치료법으로 해결한다는 대동아공영권식 견해를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으로부터 너무 많은 돈을 빌린 것이 경제위기의 간접적 원인이 되었고 미 은행들이 IMF 돈으로 대출금을 변제받았다는 오마에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돈부시 교수는 『한국의 주요 채권은행은 미국이 아닌 일본 은행들이었으며 한국 정부에 은행간 채무를 보증하도록 강요하는 조항을 IMF 합의안에 포함시킨 것도 채권 규모가 큰 일본은행의 도산을 막기 위해 일본 정부가 한 일』이라고 밝히고 오마에가 이런 사실을 모를 정도로 무지했다면 그의 말에 귀기울일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돈부시 교수는 미 투자은행을 환자치료와 영리를 동시에 추구하는 외과의사에 비유하면서 미 투자은행들이 한국의 경제위기 극복과정을 지원하면서 많은 돈을 벌었을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일본조차도 미 투자은행의 전문기술을 이용하고 있다면 한국 정부가 시내에서 가장 좋은 병원을 찾은 것에 찬사를 보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97년 12월에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외채상환 불능상태에 빠져 통화와 국내금융의 전면 붕괴를 허용하거나 아니면 IMF의 입증된 처방전략에 협력하는 것이었다』면서 IMF 처방이 효과를 봄으로써 통화가치가 회복되고 금리가 떨어졌으며 경제성장률도 사실상 경제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정도로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돈부시는 또 『(미국 입장에서) 금융-경제적으로 허약한 한국은 아시아를 더욱 취약하게 만들어 안보적 위험이 될 수 있다』면서 『미국은 (한국의) 「미국화 전략」으로 확실히 이득을 보고 있다』고 지적하고 『한 나라가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훌륭한 세계 전략이며 세계에 좋은 것은 초일류 강대국 입장에도 좋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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