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은 대우그룹과는 다릅니다. 우선 다른 계열사와 지급보증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지 않아요. 나머지 계열사들은 대부분 우량기업입니다. SK글로벌로 인한 금융시장의 충격은 일시적일 거라고 믿습니다. 대우나 한보 등 예전의 부실 대기업들과는 차원이 달라요.” (금융감독원의 한 고위관계자)
“현금만 1조5,000억원이 있습니다. 여기에 SK글로벌의 전국 주유소 네트워크와 기업전용망을 다른 계열사에 매각하면 추가로 1조4,000억~1조5,000억원의 자금이 들어옵니다. 이 정도 캐시플로우(현금흐름)라면 유동성 위기는 겪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대우그룹과는 비교할 수 없어요.”(하나은행 SK대책반이 한 관계자)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이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지만 금융당국과 채권단ㆍ증권업계의 애널리스트들까지도 한결같이 SK가 지난 99년 8월의 `대우그룹 사태`와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선 위기의 원인이 전혀 다른 것으로 지적된다. 대우 사태는 그룹의 총체적인 부실에서 비롯된 것인 반면 `SK글로벌 쇼크`는 심리적인 불안감이 다분히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대우그룹의 경우 수익을 제대로 내지도 못하는 상당수 계열사들이 무려 80조원의 부채를 금융권에 남기고 사실상 공중분해됐다. 그 여파로 당시 금융시스템은 완전히 망가져 수십조원의 공적자금을 쏟아부어야만 했다.
그러나 이번 금융시장의 혼란은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투신사의 머니마켓펀드(MMFㆍ초단기 수익증권)를 일시에 환매해가려는데서 비롯된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라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한국투신의 한 관계자는 “펀드 환매가 진정된다면 그밖의 다른 문제는 별로 없다”며 “한국은행이 곧바로 유동성을 지원하고 있는데다 환매 연기 대상 펀드도 확대됨에 따라 불안심리도 곧 가라앉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채권단도 SK글로벌 문제를 아주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조흥은행 여신담당자는 “SK글로벌의 부채가 공식적으로 8조2,000억원, 숨겨진 상사채무 등을 합해도 최대 10조원에 이른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 가운데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는 여신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일산 채무상환 능력이 있는 기업이고 SK의 다른 계열사들과 지급보증 관계가 거의 없어 채무구조도 단순하다”고 설명했다.
일단 절대적인 부채규모도 적다. 대우그룹의 부채 총액과 비교하면 10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투신사 펀드에 들어 있는 SK글로벌의 회사채와 기업어음도 전부 합해 1조원 정도밖에 안된다.
결국 이라크전쟁과 북한 핵 위기, 경기침체 등 각종 우울한 경제환경에 둘러싸인 상태에서 SK글로벌이 투자자들의 불안심리에 불을 당김으로써 실제보다 더 심각하게 느껴질 뿐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김홍길기자 wha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