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지상파 DMB와 괴물

‘괴물’이 한국영화 흥행 1위로 올라섰다. 영화 속에서 괴물이 사람들을 마구 잡아먹은 것처럼 현실에서도 영화는 관객들을 마구 빨아들였다. 정보기술(IT) 업계에도 무차별적으로 가입자를 빨아들이는 괴물이 있다. 그것은 바로 지상파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지난 8월 말까지 불과 9개월 만에 17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영화에서 괴물이 인간을 위협하는 것처럼 지상파DMB 또한 IT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다. 지상파DMB 가입자가 늘수록 다른 서비스는 맥을 추지 못한다. 지상파DMB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무선인터넷 수요는 위축되고 있다. 이에 따라 KTFㆍLG텔레콤 등 이동통신사의 데이터 매출도 정체국면에 접어들었다. 지상파DMB의 약진에 위성DMB 가입자는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지상파DMB가 약진을 거듭하는 것 같지만 내실은 취약하기 짝이 없다. 사업자들은 수익성 문제로 고민하고 있어 ‘허울만 좋을 뿐’이라는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무료 서비스인 탓에 수익원은 광고뿐이다. 하지만 사업자당 월 평균 광고매출마저 2,000만원에 불과하다. 이 정도로는 투자비도 건지기 어렵다. 지상파DMB가 이처럼 큰 숙제를 안고 있지만 서비스의 전국적 확대, 데이터 방송 표준화 작업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지역 방송사의 반대에 밀려 전국망 확대는 내년 1ㆍ4분기를 넘어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터 방송도 기술개발은 이미 끝났지만 표준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나마 최근 대구ㆍ대전ㆍ전주ㆍ제주 등으로 지상파 실험방송 지역을 확장한 것이 위안거리다. 지상파DMB 서비스 권역이 계속 일부지역으로 제한된다면 사업자의 수익 악화는 불가피하다. 이는 결국 투자 부진으로 이어져 단말기 업체들의 판매 감소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그저 ‘사용자 증가’라는 환상에 빠져 서비스 확대를 미룬다면 결국 지상파DMB도 영화 속 괴물과 같이 비극적 최후를 맞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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