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경제 언제 회복할까

올들어 현재까지 세계 경제의 `성적`은 적잖이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올 초만 해도 미국경제는 뉴욕 주식시장 거품 붕괴로 고전했던 2001년의 악몽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 회복기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됐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시즌을 불과 몇 달 앞둔 미국의 경제는 현재 뚜렷한 경기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자동차와 주택부문의 매출이 올랐다는 소식이 들렸다가도 그 다음날이면 예상보다 저조한 기업들의 실적발표에 실망하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슬픈 일이지만 현재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은 미국 경제가 회복, 자신들의 경제침체 탈출에 힘을 보태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1950년에서 80년 사이 유럽 경제의 리더로 자리매김해온 독일은 현재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일본은 주택과 증시거품 붕괴 이후 10년 이상 지속돼 온 불황이 끝날 날만을 고대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은 유로존이라는 하나의 경제권에 묶이면서 개별적인 통화 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힘이 없다. 게다가 유럽연합(EU)은 회원국들의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가 넘을 경우 벌과금을 부과하고 있어 탄력적인 재정정책을 운영하기도 힘든 상태다. 이는 결과적으로 유로화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1930년대 경제 침체기를 연상시킨다. 당시 심각한 경제 위기에 처한 프랑스는 영국, 스칸디나비아, 벨기에, 미국에 이어 자국 화폐를 금에 연동시키는 금본위제를 도입하게 된다. 그러나 이는 결국 자국 화폐가치 하락이라는 쓰디쓴 결과를 초래했을 뿐이다. 미국 이외 국가의 실질 생산 규모는 미국의 3배를 넘는다. 아무리 커다란 꼬리라 하더라도 몸통을 쥐고 흔들도록(웩 더 독ㆍWag the Dog) 내버려 두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세계 경제 `체력`의 근본적인 회복은 다른 나라들이 미국경제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외국경제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가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을 때 가능하다. 최근 미국에서 드러난 기업 리더들의 악행은 역동적인 시장 경제의 효율성을 상당부분 훼손시켰다. 사기, 순익 부풀리기, 분식회계와 같은 관행들이 완전히 사라지기는 어렵다. 그러나 민주주의 제도 하에 유권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면 현재의 망가진 상황을 어느 정도 회복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제도 도입의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현재 추진중인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세계 평화에는 위협이 될지언정 부시 미국 대통령의 단기적인 권력과 인기 상승에는 도움을 줄 것이다. 한 나라가 전쟁을 수행할 때에는 공격하는 입장이든, 방어하는 입장이든지 간에, 지도자에 대한 신뢰는 높아지기 마련이다. 이때 지도자가 어느 당 출신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다만 전쟁에 패하거나 지루한 게릴라전이 이어지는 상황에 맞닥뜨리고 나서야 국민들의 지도자에 대한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미래는 현재보다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기업의 부정관행은 머지않아 커다란 개혁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 날이 올 때 까지 경제지식이 별로 없는 일반인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사항은 바로 이것일 것이다. 도대체 언제 미국이라는 `기관차`가 다시 힘차게 움직여줄 것인가? 최근의 상황을 바탕으로 살펴본 나의 개인적인 견해를 간단히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이 더블딥(W자형 침체)을 맞게 될 가능성이 전무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반대의 가능성이 더블 딥에 빠질 가능성보다 두배 이상 높다. 둘째, 올해 미국경제 성장률은 2.5%에서 3.5%를 기록할 전망이다. 1990년대 말 클린턴 집권기의 `허니문 경제`에는 비할 수 없지만 기술주 거품 붕괴가 극에 달했던 2000년대 초보다는 나은 수준이다. 셋째, 기업들의 실적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갈 것이다. 단 기업 회계의 투명성이 보장돼야 하며 `투기 열풍`도 상당부분 가라앉아야 한다. 넷째, 미국의 고용시장은 전체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물론 감원 바람이 쉽게 끝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노동생산성역시 느리지만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이러한 전반적인 분위기는 인플레이션 억제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끝으로 미국 경제가 온건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유럽 국가들이 세계 동반 침체에 대해 염려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나의 견해는) `장미빛 전망`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일말의 안도감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새뮤얼슨(美노벨경제학상 수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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