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中企, 환율따라 대박 아니면 쪽박 "메가톤급 파장"

"환율 하락이 대세…떼돈 번다" 작년부터 판매<br>은행 장삿속에 中企 투기심리 가세 가입 늘어<br>KIKO보다 판매건수 적어도 손실은 훨씬 더커


금융당국이 신종 통화옵션상품인 스노볼(snowball) 손실 현황을 서둘러 파악하고 있는 것은 스노볼이 KIKO(Knock-In Knock-Out)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KIKO가 진도 2~3 정도의 소형 지진이라면 스노볼은 진도 10 내외의 메가톤급 지진”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은 지난해 3월부터 도이체방크 등 외국계 은행을 필두로 환율 하락에 올인하는 스노볼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국내외 연구소나 유수의 투자은행들은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환율 하락이 대세”라고 합창을 해댔다. ▦글로벌 달러 약세 ▦조선 등 수출업체의 선물환 매도 ▦외국인 주식자금 유입 등의 영향으로 이런 전망은 확신으로 굳어졌다. 스노볼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탄생했다. 은행권은 “환율이 계속 하락하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며 스노볼을 선전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환율이 떨어지면 ‘대박’이지만 환율이 오르면 ‘쪽박’으로 전락하는 게 스노볼의 구조다. ◇‘모 아니면 도’와 같은 구조=파생상품 전문가들은 스노볼의 레버리지가 KIKO보다 최소 5배에서 최고 10배는 높다고 말한다. 연 1억달러를 수출하는 기업이 지난해 12월 말 수출금액을 헤지하기 위해 행사가격을 달러당 930원으로 설정한 후 1억달러의 스노볼 상품에 가입했는데 1개월 후 환율이 달러당 1,030원으로 올랐다고 가정해보자. 스노볼은 행사가격이 한달 단위로 바뀐다. 이 과정에서 환율이 떨어지면 행사가격이 오르지만 반대로 환율이 상승하면 행사가격이 내려간다. 이 기업의 경우 행사가격은 1개월 후의 환율과 달러당 100원(1,030원-930원)의 차이를 보이게 된다. 그 다음달에 설정하는 행사가격은 이 차액만큼 내려가 830원으로 조정된다. 이는 곧 은행에 1달러를 830원에 팔아야 한다는 뜻이다. 시장에서 1달러를 팔면 1,030원을 받을 수 있는데 달러당 200원의 손해를 보는 셈이다. 이런 차액(200원)에다 헤지물량 1억달러를 곱하면 200억원의 평가손이 발생하게 된다. 만기 시점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평가손은 실제 손실로 확정된다. ◇은행 장삿속에 기업의 탐욕까지 가세=스노볼은 은행의 장삿속과 기업의 탐욕이 어우러진 결과다. 은행권은 지난해부터 “환율하락은 장기적인 추세”라며 헤지 차원을 넘어서 투기성이 짙은 스노볼을 내놓기 시작했다. 수출 중소기업은 물론 중견기업들도 엄청난 환차익을 볼 수 있다는 얘기에 선뜻 가입했다. ‘떼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은 투기를 부추겼다. 1,000만달러를 수출하는 기업이라면 1,000만달러만큼만 헤지하는 게 정상인데 3~4개 은행에서 모두 3,000만~4,000만달러 규모의 스노볼에 가입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은행권, 판매금액에 대해서는 함구=현재 일부 은행들은 스노볼 피해 기업들의 항의와 하소연으로 골치를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마다 스노볼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은 서로 알고 있지만 판매 여부와 금액은 쉬쉬하는 바람에 정확한 손실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스노볼의 원조는 파생기법이 발달한 도이체방크ㆍBNP파리바 등 외국계 은행이다. 이들이 먼저 KIKO나 스노볼을 개발해 국내 시중은행에 팔아 넘기고 이를 국내 은행이 기업을 상대로 판매했다. KIKO는 구조가 비교적 간단해 국내은행도 비슷한 상품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팔았지만 스노볼은 설계구조가 복잡해 국내 은행이 외국계 은행 상품을 그대로 가져와 팔았다. 금융계는 스노볼 판매 건수가 KIKO의 6분의1 수준인 2,000여건에 불과하지만 행사가격 변동효과 등의 레버리지를 감안할 때 평가손 규모는 4조원으로 KIKO(2조5,000억원)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