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일본기업의 '매서운 반격'

“삼성에 지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으며 또 져서도 안 된다.”(오쓰보 후미오 마쓰시타 사장) “한국 등 경쟁사를 확실하게 이기는 회사로 만들겠다.”(가타야마 미키오 샤프전자 신임 사장) ‘잃어버린 10년’을 딛고 일어선 일본 대기업들이 최근 한국을 겨냥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고 있다. 이빨 빠진 호랑이 신세로 수비경영에 치중하며 한국의 약진을 바라만 봐야 했던 일본이 장기불황을 뚫고 나와 역습을 개시한 것이다. 일본 기업들은 특히 반도체ㆍ디스플레이 등 전자 부문에서 자신들을 앞지른 한국 기업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 일본 전자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타도 한국’을 공공연히 외치고 있으며 일본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LCD 부문에서 ‘적국(삼성전자)’과 손을 잡은 소니를 ‘왕따’시키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일본 기업들은 엔저를 바탕으로 과감한 투자와 공격적인 가격경쟁, 글로벌 인수합병 등 전방위 공세를 펼치고 있다. 마쓰시타는 한국 PDP기업들이 투자를 외면하는 것과 달리 대규모 설비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며 지난해 추수감사절 세일 때는 미국에서 42인치 PDP TV를 절반 값으로 판매해 ‘일본제품=고가’ 등식마저 깨버렸다. 일본의 D램 생산업체 엘피다메모리는 반도체 1위 탈환을 위해 최근 70나노급 D램 양산을 시작했으며 대만의 경쟁사인 파워칩반도체와 손을 잡고 대만 현지에 1조6,000억엔에 달하는 D램 공장을 짓기로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내 기업들이 일본의 이 같은 움직임에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현상을 파악해야 대응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태원 SK 회장 등이 최근 잇달아‘샌드위치 위기론’을 제기했고 이건희 삼성 회장은 지난 9일 “우리나라 전체가 정신 차리지 않으면 5∼6년 뒤 아주 혼란스러워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제 전자 업계에 제대로 된 경쟁의 막이 올랐다. 체력이 바닥난 선수를 상대로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던 시대는 끝났다. 게다가 상대 선수는 지난 10년간 칼을 갈아오며 탄탄한 선수층과 기술을 확보했고 엔저라는 든든한 스폰서도 확보했다. 선수층이 얇은데다 연전연승으로 정신력도 해이해진 우리와는 사정이 다르다. 정말 정신 바짝 차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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