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증시 시총 1,000兆 시대] <중> 간접투자가 미래 만든다

적립식펀드 누적자금 64兆…냄비증시·단타투자 확 줄여<br>외국인 매도공세 불구 든든한 수급기반 제공<br>유가증권시장 변동성도 5년보다 절반으로 뚝


“이제 외국인이 무섭지 않다.” 한국 증시를 쥐락펴락하던 외국인들의 시장영향력이 예전 같지않다. 한국 증시의 1,000조원 시대를 이끌어낸 주역인 기관이 외국인 매도로 증시가 조정을 받을 때 이를 소화하며 수급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관의 힘은 지난 2005년부터 활성화된 적립식 펀드를 중심으로 한 간접투자를 밑바탕으로 하고 있다. 한국경제의 발전과 증시의 대세 상승을 믿는 개인들의 자금이 펀드 형태로 수급기반을 제공하는 안전판이자 원동력이 되고 있다. ◇적립식펀드, 장기투자 이끌어내=국내 증시의 지수오름세는 몇 개월 새 이뤄졌으나 이를 이끌어낸 수급의 힘은 수년간 꾸준히 축적돼왔다. 자산운용협회 집계에 따르면 2005년 초 불과 8조원에 불과했던 주식형펀드의 수탁고는 안정성을 겸비한 적립식 투자 문화가 각광을 받으면서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3일 현재 누적된 주식형펀드의 자금은 무려 64조원에 달한다. 적립식 펀드의 위험을 분산한 매입단가하락효과(Cost Average Effect)가 부각된데다 저금리에 실망한 투자자금과 유동성 우려를 낳는 부동산 투자자금이 증시로 향한 탓이다. 이로 인해 적립식 펀드는 무려 900만계좌를 돌파, 1가구1펀드 시대를 눈앞에 두게 됐다. 적립식 투자를 통해 투신으로 들어온 뭉칫돈은 증시가 잠깐 흔들려도 쉽게 빠져나가지 않고 꾸준히 자금을 유입시키는 장기 매수세력으로 자리잡으며 증시를 끌어올리고 있다. 황금단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2005년 후반 주가상승 당시에도 펀드 열풍이 힘을 발휘했는데 최근의 주식형 펀드 자금유입으로 수급이 호전된 점 역시 강세장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이 팔고 있는 종목을 펀드자금을 기반으로 한 기관이 사들이면서 수급 동향이 안정되고 있다”며 “게다가 기관으로 자금이 유입되면 주식을 더 살 수밖에 없고 결국 주가도 더 오르는 구조가 형성됐다”고 지적했다. ◇국내증시 새 지평=간접투자문화로 형성된 강세장은 ‘냄비증시’로 평가받던 한국 증시의 체질마저 바꾸고 있다. 또 장 묵히듯 꾸준히 주식을 매입하고 보유하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웬만한 외부악재에도 거뜬히 버텨주고 있다. 투자자들의 단타투자가 크게 줄었다. 증권연구원 집계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고 판 회수를 나타내는 매매회전율이 지난해 2ㆍ4분기 사상처음으로 20% 아래로 떨어진 뒤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05년 4ㆍ4분기만 해도 27.7%였던 매매회전율은 지난해 4ㆍ4분기에는 무려 11.3%로 떨어졌다.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문화가 확산되면서 단기간에 사고 빠지는 단기자금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증시 변동성도 크게 줄었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해 유가증권시장의 변동성은 1.15%를 기록, 5년 전인 2001년의 2.15%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역시 간접투자문화 확산과 기관투자 확대가 원인이 됐다. 코스피지수 상승세는 최근 국내 주식형펀드 자금이 더 유입되면서 오름세가 강화되는 이른바 선순환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삼성증권 분석에 따르면 한때 주춤했던 국내 주식형펀드는 5월 말 이후 상승세로 전환, 지난 한달 동안 2조원 이상이 신규로 유입됐다. 전문가들은 그간 한국증시를 지켜온 적립식 펀드 자금은 이제 국내 증시의 새 지평을 열 전위부대 역할마저 담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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