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All IP' 시대에는 어쩌려고…

국내 최대의 초고속인터넷업체인 KT가 ‘인터넷 공유기’ 문제를 놓고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KT는 지난 7월 초 인터넷프로토콜(IP) 공유기에 연결해 쓰는 PC(단말기)의 숫자만큼 추가요금을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월 3만~4만원의 요금을 내면서 IP 공유기를 활용해 최대 수백대의 PC로 인터넷을 쓰는 ‘불법 가입자’를 단속하겠다는 취지였다. 당연히 반발 여론이 들끓었다. 이 과정에서 ‘자장면 한그릇 주문해서 혼자 먹든 열명이 나눠 먹든 무슨 상관이냐’는 ‘자장면론’이 회자되기도 했다. KT는 공유기에 2대의 PC를 달아 쓰는 경우에는 연말까지 추가요금을 받지않겠다는 선심성 정책도 제시했지만 큰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 와중에 일부 언론이 “PC 2대까지는 계속 요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하자 KT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지난달 24일 “KT가 공유기 사용 여부를 알아내는 검출시스템을 개발했다”는 본지 보도가 나간 뒤 KT는 “PC 2대까지는 무료를 허용하기로 했다”고 말을 바꿨다. 대다수 가정에서 2대의 PC를 쓰기 위해 IP 공유기를 구입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KT의 결정은 만시지탄이다. KT는 공유기가 네트워크에 큰 부담을 준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한 회선을 고작 2개의 PC로 나눠 쓰는 경우는 그런 논리와도 거리가 멀어 보인다. KT의 이번 조치는 일단 상당수의 공유기 사용자들을 ‘안심’시킬 전망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다. 다가오는 ‘유비쿼터스’시대에는 모든 정보기기에 인터넷 접속을 위한 IP가 부여된다. 이미 PC뿐 아니라 게임기나 TVㆍ냉장고 등에 인터넷 회선을 꽂아 쓰는 사례가 크게 늘고있다. 수많은 기기를 인터넷에 연결할 때마다 추가요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면 유비쿼터스는 ‘혁명’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당장의 여론과 눈앞의 이익만을 계산할 게 아니라 ‘올(all) IP’시대를 저항 없이 맞아들이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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