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자금 80%까지 국내조달…팔아치우기 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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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구조조정대상인 국내기업을 매입하면서 인수자금 대부분을 국내 금융회사들로부터 조달, 외자를 끌어들여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국제경쟁력을 제고하려는 당초 취지가 크게 퇴색하고 있다.
더구나 채권금융기관들이 구조조정기업의 '매각'에만 너무 치중한 나머지 외국의 인수자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인수자금을 대주는 경우도 적지 않아 국부유출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해외매각이 확정된 하이닉스반도체의 TFT-LCD 사업부문과 동양메이저 시멘트부문의 경우 매각대금의 70~80%에 해당하는 2,600억원과 9,500억원을 채권은행이 주간사로 나서 외국의 인수업체에 자금을 조달해 주는 인수금융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동양메이저 시멘트부문은 18일 인수금융에 관한 공식적인 서명을 하며, 하이닉스 TFT-LCD의 경우도 이르면 이번 주중 돈을 빌려주는 대주단(貸主團)모집을 마친다.
이에 따라 이들 두 회사를 인수하기로 한 캔두컨소시엄(하이닉스 TFT-LCD)과 라파즈(동양메이저 시멘트)등 외국인수자들은 자기자본의 20~30%만으로 두 국내기업을 인수하는 땅짚고 헤엄치기식 사업을 하게 됐다.
그런데 이 2건의 인수금융은 국내 금융회사들이 대주단에 참여하는 것을 꺼려 주간사인 조흥ㆍ외환은행(하이닉스 TFT-LCD)과 산업은행(동양메이저 시멘트)이 조달액의 절반 이상을 자체 자금으로 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만큼 문제가 많다는 얘기다.
이처럼 금융회사들이 무리하게 거액을 부담하면서까지 기업매각을 서두르는 것은 가능한 한 부실처리를 빨리 매듭짓거나 채권을 회수해 자신들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데만 집착하고 있기 때문으로 구조조정 대상기업의 회생은 뒷전이라는 지적이 많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3년여간 국내은행들이 외국인의 국내기업 인수자금 조달을 주선했거나 주선중인 규모만 3조5,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되고 있다"며 "최근 이뤄지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기업인수는 소수의 투자자가 대규모 자금차입을 통해 특정기업을 인수하는 LBO(Leveraged Buyouts)방식이 남용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국내경제가 안정을 되찾고 있는데다 매물로 나온 기업중에는 채권단이 관리해 정상화시킬 수 있는 업체도 적지 않다"며 "무조건 매각해서 짐을 덜겠다는 발상보다는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매각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화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