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당국 백 투 더 2004" 시장은 불만

■ 최중경 차관 "환율 시세조종 세력 조사"<br>4년전에도 환율방어하다 혈세만 수兆 날려<br>"방향성까지 조준하는건 문제…부작용 클 것" <br>신용위기 점차 해소, 환율 하향 안정에 무게

“마치 2004년으로 되돌아간 것 같다.” 최근 외환당국의 노골적이고 잦은 시장개입에 대한 시장 전반의 냉소적 반응이다. 지난 2004년 수출증대 차원에서 정부가 1,140원대를 지지선으로 삼고 막대한 혈세를 쏟아부으며 환율방어에 나섰던 행태와 ‘판박이’라는 것. 시장 참가자들은 시장을 시장으로 인정하지 않는 모습에 잔뜩 골이 난 표정들이다. 이런 가운데 환율 변동성이 아닌 방향성을 조준하는 시장개입은 부작용이 클 수 있다며 신중한 행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외환당국, ‘백 투 더 2004년(?)’=최근 하루가 멀다 하고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18일 원ㆍ달러 환율이 1,030원까지 치솟자 10억달러 매도개입에 나선 정부는 일주일 만에 환율이 970원대로 급락하자 정반대로 7억달러가량의 매수개입에 나서 환율을 990원대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1일 980원대로 떨어지자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이 구두개입에 나섰고 2일에는 970원대로 밀리자 최중경 차관의 ‘(환율하락) 의도성 루머와 관련한 환율 시세조정 혐의 조사’라는 강력 경고성 발언까지 나왔다. 내심 달러당 1,000원대를 희망하는 당국의 시장개입이 매주 한차례씩 3주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환율방어 움직임이 마치 2004년을 연상하게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2003~2004년 수출을 위한 적정 수준의 환율 유지를 위해 1,145원선 방어에 수십조원의 실탄을 퍼부었다. 2004년 하반기에는 한달에 절반 정도는 구두개입이 이뤄지기도 했다. 하지만 환율은 그해 10월 말 1,140원대가 붕괴됐고 급기야 연말에는 1,100원선도 무너졌다. 정부 역시 수조원에 달하는 손실만 입은 채 한발짝 물러나게 됐다. ◇노골적 당국 개입에 시장 불만=정부의 노골적인 시장개입에 시장은 불만스러운 모습이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센터 팀장은 “시장에 투기세력이 없으면 시장 형성이 안된다”며 “정부가 시장을 무시하는 듯이 환율 목표치를 정해두고 시장에 개입하면 부작용이 뒤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우현 우리은행 과장은 “외환시장이 당국의 개입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방향성까지 거론하는 것은 문제”라고 밝혔다. 정부의 ‘시세조종 조사’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홍승모 신한은행 차장은 “시장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의도 같다”며 “하지만 장외시장에서 징후만 갖고 조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하향 안정세에 무게=2일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일보다 9원10전 급락한 974원70전으로 마감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서브프라임 위기가 최악은 지났다는 기대로 미국증시가 급등했고, 이에 따라 외국인도 국내 주식시장에서 2,400억원가량의 순매수를 보인 점이 정부의 환율방어 의지를 누르며 환율급락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글로벌증시가 호전된 탓에 환율 하향 안정세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정미영 팀장은 “최근 환율급등의 최대변수가 신용위기인데 이 부분이 점차 해소되고 있어 환율이 하향 안정세를 띨 것으로 예상한다”며 “960원 중반대도 내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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