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고려산업개발 부도] 의미·파장

타격불구 시장반응 의외 차분고려산업개발(이하 '고산')이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지 5개월여만에 손을 들었다. '현대 패밀리'가 얽힌 회사로는 최초의 부도처리다. 한국부동산신탁 부도로 찬바람이 불고 있는 건설업계로서는 직ㆍ간접적으로 또한차례 피해가 불가피하게 됐다. 그러나 막상 금융시장 반응은 의외로 차분하다. 금융시장을 흔들 정도의 파장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히려 긍정 평가까지 나온다. 현대로서는 부실계열사에 대한 꼬리자르기를 한 결과가 됐고, 정부로서도 이달 시작된 상시퇴출제의 모범사례(?)'로까지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고산부도, 원인과 처리 고산은 지난해 중반까지도 신용등급 BBB인 괜찮은 회사였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이후 위기론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관계사인 현대건설의 장기 위기가 직격탄이었다. 현대건설 위기에 놀란 은행권이 7월 이후 6개월 동안 회수한 자금이 1,500억원이 넘었다. 신용등급도 투기등급으로 내려앉았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캐피탈이 지원에 나섰지만 불가항력이었다. 현대계열분리 과정에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면서 계열사 지원도 불가능하게 됐다. 정부는 급기야 회사채 신속인수 대상으로 넣으려 했지만, 채권단이 12월 회사채 연체분 상환조건을 내걸어 좌절됐다. 금감원과 채권단은 고산처리를 조기 매듭지을 방침. 환은관계자는 "이르면 5일중 고산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업원ㆍ하청업체들의 피해를 볼 때 청산은 없을 것이라는 설명. 그러나 법원이 최종 판단을 어떻게 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채권단은 법정관리 인가와 별개로 매각을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관계자는 "길게 끌고 가기는 힘들다"며 "조기에 새 주인을 찾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경기가 좋지 않아 매각이 쉽사리 될지는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건설업계 사면초가 한국부동산신탁 부도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도급순위 28위인 고려산업개발이 최종 부도처리됨에 따라 부동산시장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하도급업체의 연쇄도산은 물론 '부도 공포증 확산'에 따른 분양시장 침체로 인해 가뜩이나 어려운 건설업체의 경영난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고산과 관련된 하도급업체수는 1,000여개. 한부신에 관련된 700여개의 하도급업체를 포함하면 최근 일련의 사태도 1,700여업체가 직ㆍ간접적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이들 업체를 살리기 위한 대책을 내놓지 않는 한 연쇄도산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시장 침체 등으로 극심한 경영난에 봉착한 건설업계는 한부신에 이어 고산마저 쓰러짐으로써 제2ㆍ제3의 부도업체가 등장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대한주택보증도 고산에 120억원 가량이 물려있는 등 건설업계 전반에 일파만파의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현대ㆍ금융시장, '단기피해', '장기 낙관'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고산 부도는 예견됐던 것"이라며 "건설업계와 일부 현대 계열사에 영향이 있겠지만 시장 전체적로는 파장이 심각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 계열사의 경우 단기적으론 대주주인 중공업과 건설ㆍ전자 등에 영향이 있겠지만, '꼬리자르기'로 그룹 안정성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 자금시장도 마찬가지. 자금시장의 전반적으로 회생기류를 타고 있는데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통해 '펌프질'을 계속하고 있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에선 고산사태로 그동안 잠재적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던 기업들의 불안정성을 증폭시킬 수도 있다며, 금융당국의 조기 대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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