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스크린속 '남북 분단' 달라졌다

이념·선악대립 아닌 삶에 대한 고찰 소재로 '의형제'등 '개인'에 초점 맞춰 흥행 성공<br>6·25 60돌 맞아 한국戰 영화 4편 나와 눈길

의형제

포화속으로

한국영화의 가뭄기인 극장가에'의형제'가 홀로 관객 500만명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남한의 국정원 직원과 북한의 남파 공작원 사이의 우정을 그린 영화는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 수준인 35억으로 제작돼 BEP(손익분기점)를 훌쩍 넘기는 흥행을 기록했다. 영화를 연출한 장훈 감독은 이 영화로'장하고 훈훈한' 감독이라 불리며 최근 차기작 결정과 동시에 투자를 약속 받았다. 그의 차기작'고지전'은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 '의형제'에 이어 또 다시 남과 북의 이야기를 연출하는 것이다. 게다가 올해는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이 되는 해다. 그 동안에도 분단을 소재로 한 영화는 있었지만 올해는 유독 그 숫자가 두드러진다. 이중에서 한국전쟁을 소재로 만들겠다고 밝힌 영화만 네 편이나 된다. 분단을 대하는 영화의 자세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이념 대립과 선악구도에 초점을 맞췄던 영화들이 이젠 분단을 단순히 오락적 소재로 활용하거나 삶을 고찰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분단'그 드라마틱한 설정=분단이라는 상황은 실제로는 비극적이지만 영화에서는 매력적인 소재다. 분단이라는 나무는 액션ㆍ드라마ㆍ코미디 등 어떤 장르에서도 탄탄한 소재로 활용되는 줄기를 뻗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역대 한국영화 흥행 TOP 10을 살펴봐도 분단을 소재로 한 영화는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웰컴 투 동막골' 등 세 편이나 된다. 이 밖에 박찬욱 감독의 영화'공동경비구역 JSA' 역시 2000년 개봉 당시 600만명에 달하는 관객을 동원했고 1999년에 만들어진'쉬리'는 우리나라 블록버스터 영화의 시초가 됐다. ◇변하는 영화 속 '분단'의 모습=최근 영화에서 분단이라는 소재는 이념적 대립이나 선악구도로 표현되는 대신 영화적 재미나 삶에 대한 고찰의 계기로 활용되고 있다. 영화 '의형제'에서 분단이라는 상황은 이념 대립으로 비화하거나 선악 구분의 기준이 되지 않는다. 극적 긴장감을 부여하거나 웃음을 유발하는 도구로 쓰이는 데 그칠 뿐이다. 오는 18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경계도시2'역시 사회에 대한 성찰로 분단이라는 소재를 사용했다. 이념 대립과 간첩 진위 여부에 대한 공방이 주를 이뤘던 송두율 교수의 사건을 송 교수 개인의 고뇌와 사회 모습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최근 영화 속에서 분단은 이념의 대립을 보여주는 것보다 이에 의해 영향을 받는 '개인'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로싱' 등 작품의 흥행 실패에서 볼 수 있듯이 지나치게 이념적인 것에 치중한 영화는 흥행으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특히 올해 만들겠다고 발표한 한국전쟁 소재의 영화들은 스케일이 큰 만큼 흥행 부담도 클 것"이라며 "치열한 영화적 검증 없이 제작한다면 돈만 쏟아 붓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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