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인 금리인상 추세가 확산되면서 유동성이 축소되고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글로벌 투자자금의 주식시장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 주가 폭락으로 무려 글로벌 증시에서 2조달러(약 1,950조원) 이상이 허공으로 사라지자 투자자금이 현금과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메릴린치가 13일(현지시간) 194명의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한 설문결과, 투자자들의 현금 보유비중은 5월 4.1%에서 6월에 4.5%로 0.4% 포인트 상승했다. 응답자의 29%는 ‘현금비중을 확대할 것’이라고 대답해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주식 비중 확대’ 의견은 60%에서 54%로 줄었다. 로이터통신이 최근 미국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5월말 주식보유비중은 한달 전 보다 4.5% 포인트나 떨어진 64.9%를 기록한 반면 현금보유비중은 2.5%서 4.7%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증시에서 빠져 나온 투자자금이 채권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JP모건증권의 조사에 따르면 국제 투자자들의 이번주 롱 포지션(매수)은 전주 12%에서 14%로 증가한 반면, 숏 포지션(매도)은 33%에서 30%로 감소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미국채 10년물 수익률도 갈수록 낮아져 13일에는 전일보다 0.016% 포인트 하락한 4.963%를 나타냈다. 글로벌 투자자금의 주식시장 탈출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기침체와 이에 따른 기업 실적 둔화 우려가 갈수록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메릴린치의 6월 조사에서 앞으로 12개월동안 세계경제 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라고 답한 펀드매니저는 61%나 됐다. 4ㆍ5월에 비하면 약 20% 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또 1년간 기업 수익 악화를 예상한 투자자들도 지난달에는 9%에 불과했지만 6월에는 무려 4배 가까이 뛴 34%였다. 투자자금의 증시 이탈은 최근의 주가 폭락 현상으로 한 층 빨라지고 있다. 세계 주요 증시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월드인덱스를 기준으로 5월9일 이후 주가 폭락으로 1조9,000억달러가 허공으로 날라간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MSCI에 포함되는 증시가 51개(선진국 23개, 신흥시장 28개)로 제한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증시 추락으로 최소 2조 달러 이상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투자자금이 앞으로 상당기간 안전자산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메릴린치의 데이비드 바워즈 수석 투자전략분석가는 “시장이 호재에 취약한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며 “펀드 매니저들은 기업 수익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비용절감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AG에드워드앤선즈의 스콧 우렌 선임 주식투자 전략분석가도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져 투매를 하고 있다”며 “시장으로의 복귀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