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전파월경/유혁인 종합유선방송위원회 위원장(로터리)

방송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전파월경(Spill Over)은 이제 국지적 현상이 아닌 범세계적이며 보편적인 현상이 되어 가고 있다.우리나라에서도 수신장치만 있으면 인근 일본, 홍콩 등지에서 발사한 적지 않은 수의 위성방송 프로그램을 언제나 접할 수 있다. 그리고 일본 등을 포함하여 세계각국의 직접위성방송(DBS)추진계획은 우리 안방이 수백개의 외국 위성방송에서 쏟아져 나오는 프로그램속에 파묻힐 날도 그리 멀지 않았음을 예고한다.전파월경은 여러 가지 문제를 낳는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무차별적으로 유입되는 외국 방송으로 인해 자국의 문화적 정체성이 훼손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그러나 스필오버 자체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외래문화에 대한 간접체험은 서로 다른 문화권간의 상호이해를 증진시킴으로써 바람직한 인류 공통의 가치를 정립해간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어쨌든 전파월경은 이제 어느 나라에서나 피부로 느끼는 국제적인 쟁점으로 부각되었으며 각국의 대응 자세도 다양하다. 소극적으로 방어하는데 치중하는 입장이 있는가 하면,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이라는 논리를 앞세워 자국문화의 전파기회로 적극 활용하려는 입장도 있다. 지난 4∼5일 일본 동경에서 열린 「1997 아시아·태평양지역 방송규제기관 라운드 테이블」에서도 전파월경으로 인한 여러 문제들이 심각하게 제기되었다. 아태지역 국가도 정보의 자유유통과 국가의 정보주권 사이에서 바람직한 지역적 협력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번 회의에서는 내년도에 열리는 서울 회의때까지 아태지역의 전파월경과 관련한 권고기준을 마련하기로 하는 한편, 그 안의 작성을 위해 전문가 실무그룹을 구성키로 합의하였다. 물론 세계 각국중에는 개방(Open Sky)정책에 소극적 입장을 보이는 나라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WTO(세계무역기구)체제가 자리를 잡아가는 것과 발맞추어 신자유주의적 경제논리까지 방송의 국제화에 가세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의 경우 그런 수세적 입장이 과연 적합할 지 의문이다. 가히 총성없는 전쟁이라고 할 만한 오늘날, 방송전파 경쟁에서 우리가 이길 수 있는 길은 수세적 방어입장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전파월경이란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우수한 문화를 훌륭하게 방송에 담아서 지구촌화 된 세계 구석구석에 실어보내겠다는 자세와 노력이 한국의 미래를 밝게 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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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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