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달러貨가 흔들린다

달러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최근 들어 미국 자금시장의 순 유입이 급감하고 미국의 경상수지적자가 대폭 늘어나면서 그 동안 부동의 기축통화로 자리매김해왔던 달러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다고 28일 보도했다. 최근 미국이 세계 경제 회복을 견인하고 있다는 낙관론이 부상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달러화 가치는 올들어 3% 떨어졌다. 26일 뉴욕외환시장에서 엔ㆍ달러는 127.81을 기록했다. 불과 두 달 전만해도 엔ㆍ달러 환율이 134엔대를 오르내렸던 것을 감안하면 매우 가파른 내림세다. 물론 이 같은 현상이 최근 몇 달간 유로화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투기성향이 짙은 투자자들 때문이라며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는 일부 낙관론자들의 의견도 있다. 그러나 최근 달러의 움직임은 단순히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환율시장에서의 일상적인 현상이 아닌 심각한 상황이라는 전문가들이 점차 늘고 있다. HSBC의 외환전략분석팀의 데이비드 블룸은 "이번은 방화훈련(fire drill)이 아니라 진짜 경보(alarm)"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표현했다.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폭이다. 지난해 4ㆍ4분기 미국의 경상수지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4%에 달하는 규모. 이에 따른 달러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매일 15억달러에 이르는 자금이 순유입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최근 미 상무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자금시장의 순유입은 오히려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월 미국에 순유입된 부동ㆍ유동 자금은 95억달러에 불과했다. 이는 뉴욕 테러사태로 미국에 대한 투자가 주춤했던 지난해 9월의 178억달러보다도 훨씬 줄어든 것이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미국이 해외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미국의 주가 폭락이 그 결과다. 유럽 등 여타 주식 시장이 활황을 보이고 있는 사이 미국 대형 기업들의 주가를 반영하는 S&P 500지수는 올들어 5%가량 떨어졌다. 나스닥 지수는 12%나 추락했다. 이 같은 미 주식시장의 하락세에도 불구, 아직도 시장이 고평가돼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앞으로도 미국 시장에 자금 유입이 급격히 늘어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편 미국 회사채시장도 거의 고갈된 상태. FT는 "그동안 미국은 주식시장이 불황일땐 채권 시장이 뜨는 식의 다양한 자금 유입 수단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미국으로 돈을 끌어들일만한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태"라며 "달러 지위 자체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고 지적했다. 윤혜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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