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예산안까지 대선정국의 볼모 돼선 안 된다

새해 나라살림의 기본방향을 정하는 국회의 예산안 처리가 올해도 헌법에 명시된 시한을 넘길 것 같다. 신당과 한나라당은 대통령선거 일정 등을 감안해 이달 23일까지 예산안을 의결하기로 합의하고서도 뚜렷한 이유 없이 예산안 처리를 미루고 있다. 예산안까지 정쟁의 볼모가 된 형국이다. 예산안 처리 지연은 국회 고유의 권한을 저버리고 국민에 대한 의무를 회피하는 것이다. 에산안에 대한 깊이 있는 심의와 기한 내 처리는 국회에 부여된 주요한 권한이자 의무다. 헌법에 ‘회계연도 30일 전(12월2일)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고 돼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올해 처리시한은 12월1일이 토요일, 2일은 일요일이기 때문에 이달 30일까지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여야 모두 온통 대선에만 신경을 쏟고 있어 올해도 법정기한에 예산안이 처리되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법정기한 내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국회가 헌법을 지키지 않은 것이 된다는 점이다. 법을 제정하는 국회가 위헌행위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면 중앙정부ㆍ지방정부ㆍ공기업 등의 예산집행이 늦어져 결국 국민이 피해를 당하게 된다. 중앙정부는 예산안 확정 후 집행준비에 일정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예산안 처리가 늦어질수록 예산집행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지방정부 역시 중앙에서의 자금배정이 늦어지면 각종 사업과 복지정책 시행이 지연돼 지역사회와 주민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 공기업도 연말까지 예산을 잠정적으로 확정했다가 내년 1~3월께 다시 이사회를 열어 예산안을 최종 확정해야 하기 때문에 적지않은 행정력의 낭비를 가져오게 된다.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면 나라 전체가 이처럼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더구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중국발 인플레이션 등으로 새해 경제는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면 재정집행을 통한 경기조절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가뜩이나 불안한 경제가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대선후보들은 집권하면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중소기업을 부흥시켜 모두가 골고루 잘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그것이 진심이라면 즉각 예산안부터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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