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려한 외모로 인기 높은 천재 베스트셀러 작가 민우(강동원)에게 낯선 소녀 미미(이연희)가 찾아온다. 민우 곁에는 재력과 미모를 겸비한 약혼녀 은혜(공효진)가 있다. 그러나 완벽하게만 보였던 그에게 시련이 찾아온다. 부모님은 파산했고 신작 소설마저 뜻대로 풀리지 않아 괴로워한다. 약혼녀 은혜는 민우에게 새로운 여자가 생긴 게 아니냐며 난처하게 만든다. 민우는 급기야 반복되는 악몽에 시달리며 공황상태에 빠져든다. 우연히 찾아간 초등학교 동창회에서 미지의 소녀 미미가 누구인지 깨닫게 된 민우. 놀랍게도 그녀는 11년 전 만났던 첫사랑 소녀였던 것. 기억 저편에서 다시 돌아온 미미는 민우에게 첫사랑의 감정을 일깨워 준다. 여기까지 줄거리만 보면 영화 'M'은 '꽃미남' 강동원이 주연한 청춘 멜로 드라마로 보인다. 과연 그럴까. 이명세 감독이 연출했다는 대목에 이르면 섣부른 판단임을 알 수 있다. 한국 영화계의 스타일리스트로 독특한 영상미학을 선보인 이 감독이 2년만에 화제작 M을 들고 관객을 찾아왔다. 이 감독은 "영화가 시작되는 순간, 관객들이 민우가 꾸는 악몽과 혼돈을 똑 같이 느끼면서 빛나는 첫사랑의 기억을 찾아갔으면 좋겠다"며 이 영화를 설명한다. 감독의 경고(?)처럼 이 영화는 시종일관 '악몽과 혼돈' 속에서 이야기를 엮어간다. 시간과 공간이 뒤섞여 관객들은 점차 스크린 속 몽환에 빠져든다. 이쯤 되면 감독의 의도대로 영화는 현실과 꿈으로 중첩된다. 눈치챘겠지만 영화 'M'은 평범한 내러티브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 혹자는 영화가 어렵고 지독하게 불친절하다고 불평할지 모른다. 아주 틀린 말도 아니다. 그런데 의문이 든다. 20여년 경력의 베테랑 감독이 일부러 관객을 불편하게 하는 이유는 뭘까. 기존 공식을 깨고 새로운 영화 문법으로 관객에게 지적 유희를 권유하는 듯하다. 줄거리만 뒤쫓아가는 '안락한' 여느 영화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덧붙이고 싶은 말은 이 영화가 꽤나 성실하게 만들어졌다는 사실. 작은 디테일 하나에도 연출자의 정성이 담겨 아름다운 영상을 만들어 낸다. 촬영과 조명 뿐 아니라 소품 하나까지 단연 돋보인다. 거울을 모티브로 한 장면 전환, 실루엣과 담배 연기 가득한 화면 등은 현대미술을 감상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게으른 관객들은 장면 마다 숨겨 놓은 감독의 보물들을 놓치기 쉽다. '미스터리 멜로'라는 영화 장르가 생소하게 들린다. 그래도 어떤 사랑 이야기에 뒤지지 않는다. 다소 늘어지는 이야기는 영화 후반부에 힘을 모아 감정의 기폭제로 작용한다. 11년 전 미미와 민우 사이의 슬픈 사연이 밝혀지며 영화를 절정으로 끌어올린다. 주인공들의 사랑은 애절하다 못해 처연하다. "당신이 즐거운 영화를 보다가도 나를 생각하면 펑펑 눈물을 흘릴 만큼 슬퍼졌으면 좋겠어." 미미는 민우에게 절규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배우들의 신선한 연기만으로도 극장에 나설만하다. 10월 25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