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변화의 결과, 속도가 좌우

새 정부 출범 9일 동안 이명박식 변화가 공직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청와대 모습이 크게 바뀌었다. 지난 3일 열린 첫 국무회의는 결정판이었다. 참여정부 때보다 1시간30분 앞당겨 8시부터 시작한 국무회의 시간부터 파격이었다. 또 국무회의가 열린 청와대 세종실 중앙의 빔 프로젝트를 없애 국무위원들 간 거리가 1m50㎝가량 좁혀졌으며 좌석배치도 대통령이 타원형 원탁테이블 중간에 위치하면서 실질적인 토론을 주도했다. 수석들과 장관들이 차나 커피를 손수 타서 마시는 모습도 이색적이었다. 국무회의 전 취임 1주일 동안 이 대통령의 격식파괴 행보도 숱한 화제를 몰고다녔다. 취임식에서부터 당장 대통령의 좌석을 일반 내빈과 같은 자리에 배치하도록 해 ‘관례’를 깼다. 뿐만 아니라 수석과 장관 임명장 수여식도 부부 동반으로 하게 했으며 확대 비서관회의에서도 지정석을 없애 ‘방송사 토론장’같은 분위기로 진행했다. 비서관들이 근무하는 청와대 여민관의 모습도 ‘일 중심’으로 모습을 일신했다. 비서관들의 방이 사라졌으며 내부의 칸막이도 낮아지고 의자 역시 크고 딱딱한 고정형 의자에서 바퀴가 달린 기능성 의자로 교체됐다. 마치 기업 사무실 같은 모습이다. 변화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를 체감하면서 공직사회도 바뀌고 있다. 부지런한 대통령을 쫓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출근시간은 빨라지고 퇴근시간은 늦어지면서 일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변화에 대한 여론의 평가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뒤쳐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말이 아니더라도 총론적인 공감은 대통령에게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변화는 결과로 나타나지 않으면 정권 초기의 이런 ‘밀월’은 언제든지 쉽게 끝날 수 있음을 우리 정치사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또 변화는 기성 세력에 대한 반발을 불러일으킨다. 정부조직개편 과정에서 나타났듯이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은 저변이 넓고 뿌리깊다. 또 우리 여론도 인내심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5년을 임기로 새로 출범하는 정부에 역설적이지만 변화를 위한 시간이 그다지 길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예상이다. “변화는 물 스며들 듯 해야지, 강제로 명령해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는 대통령의 말에 덧붙이면 변화는 속도와 강도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새 정부 주도 세력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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