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날’을 하루 앞둔 20일 서울강남 한복판에서 권총 강도가 은행을 털고 유유히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날 오후 4시30분께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국민은행 2층 강남PB(프라이빗 뱅킹)센터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 1명이 권총으로 지점장 황모(48)씨를 위협, 현금 1억500만원을 빼앗은 뒤 그대로 달아났다.
범인은 이날 오후 은행 마감시각인 3시55분께 손님으로 가장해 “8억원을 예치하고 싶은데 이율 등 자산 관리에 대해 지점장과 상담하고 싶다”고 직원을 속여 4시5분께 지점장실에 혼자 들어갔다.
범인은 황씨와 30여분간 상담을 받는 척하다 갑자기 강도로 돌변, 권총과 실탄 1발을 꺼내보이면서 “현금 2억원과 수표 1,000만원을 내놓으라”고 협박했다.
범인은 “당신이 살고 있는 집을 알고 있다. 2주 동안 범행을 준비하면서 뒷조사를 했으니 신고하면 가족에게 해를 끼치겠다”며 황씨에게 겁을 줬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에 황씨는 현재 보유한 현금이 얼마 없다고 범인을 설득해 액수를 1억500만원으로 낮춘 뒤 직원을 불러 현금 1억500만원을 이 은행 종이 쇼핑백 2개에 나눠 담아줬다.
범인은 오후 5시10분께 현금을 받아 황씨 및 은행 직원 1명과 함께 비상계단을 통해 1층 현관으로 내려간 뒤 혼자 강남역 방향으로 걸어가 유유히 사라졌다.
폐쇄회로TV(CC-TV) 화면 분석 결과 범인은 신장 175~178㎝ 정도로 짧은 머리 스타일에 감색 양복과 흰색 와이셔츠를 입고 있었으며 짙은색 선글라스를 착용해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사건 당시 이 지점에서 근무하고 있던 직원 12명은 아무도 지점장실에서 일어난 일을 모르고 있었으며 청원경찰 1명이 이 건물 1층 국민은행 강남역지점에 근무하고있었으나 PB센터에는 별도의 경비 인력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고액 자산가들의 재산을 전문 관리해 주는 역할을 맡은 2층 PB센터에 방범비상벨 조차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거액의 현금을 보유한 은행 PB센터가 방범 사각지대로 방치돼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을 낳고 있다.
경찰은 수사전담반을 편성하고 CC-TV 화면과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용의자를 쫓고 있으며 화면에 찍힌 용의자 사진을 공개하고 현상금 1천만원을 내거는 등 공개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또 18일 오후 9시30분께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실내사격연습장에서 45구경 권총 1정을 훔쳐 달아난 20대 후반의 용의자가 이번 은행강도 사건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또 범인이 은행을 나선 지 1시간여 뒤인 오후 6시6분께야 은행 측이 112신고를 하게 된 경위를 조사중이다.
은행측은 지점장 황씨 가족에 대한 신변 위협과 내부 보고서 작성 등으로 신고가 늦어졌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뒤늦은 신고로 경찰의 초동 수사가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경찰은 범인이 은행 마감 시각을 택해 강남 한복판에서 공범도 없이 대담한 권총 강도 행각을 벌인 점 등에 비춰 등에 비춰 은행 전문 강도의 소행일 가능성 있다고 판단, 최근 출소자들을 중심으로 신원 파악에 집중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