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증권사 몸값 낮춰 M&A 활성화 유도

퇴출기준 강화로 한계 증권사 매물 쏟아질듯<br>신규 증권사 후보로는 기업은행 1순위 꼽혀

김용덕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이 31일 올해 안에 증권사 신규 설립과 경쟁력 없는 회사의 과감한 퇴출을 밝힌 것은 오는 2009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증권업계의 인수합병(M&A)을 앞당기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금융업계의 증권사 M&A 움직임이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이르면 연내 신규 설립 가능할 듯=김 위원장은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증권사 신규 설립을 허용하겠다”고 말했을 뿐 시기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금감위의 한 관계자도 “명확하게 시점을 밝히기 힘들다”고 말했지만 증권가에서는 이르면 연내 신규 설립 허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단 금감위는 증권사 진입 규제에서 신규 설립 허용으로 정책방향을 180도 바꾼 만큼 검토해야 할 것이 많아 실무적인 검토기간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금감위와 금감원은 증권사 신규 허용 여부를 이전부터 검토해온 만큼 상당 부분 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관심은 허용의 폭이 얼마나 넓은가 하는 점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감독당국의 의도가 신규 진입 문호를 대폭 열어준다는 뜻이 아니라 자통법 시행 목적에 맞는 대형화, 글로벌 투자은행(IB) 육성 등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을 때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하고 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증권사 신규 허용이 자통법 시행과 맞닿아 있다는 점을 강조했고 증권사 신규 허용과 함께 퇴출 요건을 까다롭게 하겠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 데서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대형화, 글로벌 경쟁력, 특화가 가능한 증권사만 제한적으로 허용될 가능성이 높다. 증권가에서는 현재로서는 이 같은 기준에 부합하는 곳으로 기업은행을 꼽고 있다. 기업은행은 최근 여러 경로를 통해 증권업 진출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힌 바 있다. 기업은행 주가는 이날 증권업 진출을 호재로 급등세를 보였다. ◇M&A 촉발 계기로=증권사 신규 허용은 천정부지로 치솟던 증권사의 몸값을 낮춰 M&A를 활성화시키는 효과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금감위가 증권사 퇴출 요건을 강화할 방침이어서 한계 증권사들이 대거 M&A시장에 매물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증권업 진출을 노리는 곳은 많았지만 피인수 가격이 워낙 높아 실제 매각으로 성사되는 일은 드물었다. 지난 5월 KGI증권 입찰에서 보여준 치열한 경쟁이 이를 잘 말해준다. 솔로몬저축은행ㆍ국민은행ㆍLIG손해보험ㆍ동부그룹 등이 유치전에 뛰어들면서 몸값은 예상가격의 2.5배인 1,500억원까지 뛰었다. 지난해에는 유진그룹이 서울증권을 인수한 바 있다. 현재 증권가에서는 한누리증권이 매물로 나돌고 있다. 한누리투자증권은 KGI증권 인수에 실패한 국민은행과 매각협상을 벌이면서 몸값을 높이기 위해 SC제일은행과도 매각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증권사 신규 설립이 빨라질 경우 매각가격 상승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서는 또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을 합병시킬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제기되고 잇다. 대우증권은 산업은행이, 우리투자증권은 예금보험공사가 대주주인 만큼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만들기 위해 두 회사를 합칠 수 있다는 것. 현재 잠재 매물로 거론되는 곳은 현대ㆍ대신ㆍ대우 등 대형 증권사와 함께 교보ㆍ하나ㆍSKㆍCJㆍ부국ㆍ한양ㆍ브릿지증권 등이다. 업계에서는 자통법 시행과 함께 매물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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