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이 한국인 피랍자 구출작전에 대비해 인질들을 2~3명씩 분산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군과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협상과는 별개로 실제 군사력을 동원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은 22명의 인질들은 모두 무사하지만 일부는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9일 아프카니스탄 당국자를 인용, “탈레반 측이 인질을 2~3명씩 분산해 감금, 관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탈레반의 조치는 아프간 치안부대의 무력 구출작전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문에 따르면 탈레반 측은 그동안 한국인 피랍자들을 3개의 그룹으로 나눠 감금해왔지만 며칠 전부터 2~3명씩 나눠 분리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질들이 감금된 지역은 500여개 마을이 밀집된 지역으로 약 12만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인질들은 이중 탈레반 지지자들로 구성된 마을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 당국자들은 “이들 마을은 주로 사막 및 산악지대에 흩어져 있다”며 “지형이 복잡한 만큼 아프간 치안부대의 인질 구출작전에 대비한 조치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무니르 만갈 아프간 내무차관은 “무력 행사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말해 아프간 정부가 무력 행사를 검토하고 있다는 일부 보도를 부인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그러나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고 장기화할 경우 무력에 의한 인질 구출작전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현지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이번 협상의 최대 쟁점인 탈레반 수감자 석방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짧게는 수주부터 길게는 몇 년까지 인질을 억류했던 그동안의 전례로 볼 때 사태 장기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재 아프간 정부의 군 병력과 경찰은 탈레반이 은거하고 있는 가즈니주 카라바그 주변에서 포위망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다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주도하는 아프가니스탄 국제안보지원군(ISAF)까지 힘을 보탤 경우 인질들에 대한 구출작전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구출작전은 인질들을 더 큰 위험으로 빠뜨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작전 수행은 조심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일부 인질들의 몸 상태가 좋지 않지만 심각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 측은 교도통신과의 통화에서 “22명의 인질은 모두 무사하다”며 “그러나 2명이 병세가 있으며 다른 여러 명은 스트레스로 인해 갑자기 울부짖거나 울거나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아프간 당국자는 “현지 기후와 음식이 한국인 피랍자들의 몸에 맞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며 “병세도 심각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통신은 또 현지 가즈니 주 당국자가 인질들을 위한 의약품을 28일(현지시간) 탈레반 측에 전달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