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외환은행 매각결정 재경부 주도했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조작 여부에서 매각결정 과정에 대한 재정경제부의 역할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14일 "외환은행 매각과정에서 BIS 비율 축소 보고 등이 절차상잘못이라면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론스타에 매각을 결정한 행정행위는 더 큰 문제"라며 "매각결정 과정에 관여한 재경부 등 당국자에 대해 조만간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감사원 감사는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넘기는데 재경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는지와 이 과정에 관련자들의 불법비리가 있었는지를 밝히는데 집중될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가운데 재경부는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하는 게 `유일한' 대안이었음을강조하고 있다. 2003년 매각 당시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을 맡았던 변양호 보고펀드 대표는 "외환은행이 당시 우량은행이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감독당국에서 BIS 비율을 4, 5%라고 발표하면 예금인출 사태 등으로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하게 되는상황"이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는 또 "그해 10월에 자본이 유치되고 공교롭게도 11월에 LG카드 사태가 발생했다"며 "만일 그때 자본유치가 안됐다면 외환카드도 부도가 나고 그것 때문에 외환은행도 어려워지면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위기가 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석동(당시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 재경부 차관보 역시 "당시 일부 대기업이 예금인출에 나서고 있던 상황"이었다며 외환은행의 자본확충이 절실한 형편이었음을 강조했다. 매각 결정을 몇 개월 앞둔 2003년 4월에 재경부.금감위.한국은행이 참석해 열린금융정책협의회 회의 자료를 보면 재경부는 "SK글로벌 분식회계 발표 이후 금융시장불안이 증대되는 가운데 신용카드사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확대됨에 따라 카드채편입 투신사 펀드에 대한 환매요구가 증가하고 신용카드사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는등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용카드사의 건전성.유동성 문제가 지속되면 금융시장 불안이 가속화되고 향후우리 경제 운영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고 인식했다. 이 같은 금정협 회의는 당시 금융시장이 매우 불안한 상황이었다는 변 대표나김 차관보의 주장을 어느 정도 뒷받침해주고 있다. 그러나 감사원은 론스타로의 매각이 유일한 대안이었던 상황이라는 점과 그런정책판단을 결정했다는 점을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 감사가 매각결정 과정을 주도한 주체와 그 과정에서의 불법비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매각결정 과정에 재경부 당국자들이 '깊숙이' 관여한 정황을 포착하고영향력 행사 여부를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과정은 당시 외환은행 이강원 행장과 론스타측이 접촉한 것으로 돼 있지만이 행장이 대주주인 정부와 교감 없이 매각협상을 진행했을 것으로 보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재경부가 대주주 지위 상실을 뜻하는 론스타 매각에 관여하지 않았다면 이는 직무유기에 해당된다. 또 당시 재경부가 정부보유 은행 주식 매각을 서두르고 있었던 점도 외환은행매각결정에 적극적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추론을 낳고 있다. 2003년 6월 조흥은행 노조가 신한은행 인수에 반대해 파업을 선언하자 재경부는'조흥은행 주식매각 관련, 정부의 입장'이라는 자료를 통해 "정부보유 은행 주식의매각은 위기극복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정부가 지분을 소유하게 된 은행들을 하루 빨리 민간에게 되돌려주고 국민세금으로 조성된 공적자금을 조기에 회수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경부는 이어 "이런 맥락에서 정부는 조흥은행 뿐 아니라 우리금융이나 국민은행 등 정부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 모든 시중은행에 대해 독자생존 여부와 관계없이지분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가 외환은행 역시 매각 추진 대상으로 삼았음을 내비치는 대목이다. 다만 재경부가 외환은행 매각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밝혀져도 불법비리 혐의가 드러나지 않으면 '잘못된 정책판단'에 불과해 처벌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게 재경부내 일반적인 관측이다. 재경부 한 관계자는 "'헐값 매각' 의혹은 론스타가 인수한 이후 불과 2년 새 외환은행 주가가 5배 가까이 치솟는 바람에 생겨난 것"이라며 "지금 와서 '잘못된 정책판단'으로 몰아갈 수는 있겠지만 그것만 갖고 엄한 처벌은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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