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중국이 몰려온다] <2> '차이나머니'의 위력

넘쳐나는 달러로 글로벌기업 사냥<br>위안貨 절상압력 완화·선진기술 확보 이중포석<br>해외 자본투자 적극 장려 '저우추취' 열풍 거세<br>하이닉스·쌍용차 지분인수 이어 한국기업 눈독<br>비오이하이디스, 삼성·LG 위협 '부메랑' 우려도







중국정부는 최근 해외 자본투자를 장려하는 ‘저우추취(走出去)’ 정책을 표방했다. 이는 넘쳐나는 ‘달러’를 해외로 돌려 환율압력도 막고 선진기술도 확보하려는 이중포석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의 이 같은 정책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이 ‘차이나 머니’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공격적으로 기업사냥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리적으로 인접한 한국 기업들에 대해 ‘차이나 머니’의 촉수는 더욱 위협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중국의 대기업들은 전자ㆍ자동차ㆍ정유ㆍ건설 등에서 중국에 비해 두 세 걸음 기술이 앞선 한국기업을 인수함으로써 단숨에 한국산업을 추월하겠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 무역연구소 동향분석팀 양평섭 연구위원은 “중국은 정부와 기업이 연합해 글로벌 기업사냥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최근 들어 미국ㆍ일본 등에서 기업사냥이 여의치 않자 한국기업 사냥에 집중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갈수록 거세지는 ‘저우추취’ 열풍= 8,200억달러(2005년말 추정치)의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한 ‘차이나 머니’의 해외기업 공략이 본격화하면서 한국에서도 지난 2003년 중국 비오이테크놀로지그룹이 하이닉스반도체의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부문을 1억8,830만달러에 인수했다. 또 지난해에는 중국 상하이기차가 5억달러를 들여 쌍용자동차의 지분 48.9%를 인수했고, 중국의 온라인 게임 운영회사 샨다인터액티브엔터테인먼트는 9,170만달러에 한국의 게임 개발사인 액토즈소프트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개혁개방 이후 해외 자본의 유입을 통한 ‘인진라이(引進來)’ 경제성장을 추구해왔던 중국정부가 넘쳐나는 달러를 토대로 밖으로 나가자는 ‘저우추취’로 정책으로 180도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해외투자는 지난 2004년 36억달러 수준에서 베이징올림픽이 열리는 2008년에는 100억달러를 웃돌 전망이다. 특히 그 동안 중앙과 지방 정부 산하 대형 기업들이 주도했던 중국의 해외투자 대열에 민영기업들이 가세하면서 ‘차이나 달러’의 위력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가 ‘저우추취’ 정책을 펴는 것은 외화 유출을 통해 위안화 절상압력을 완화시키되 장기적 차원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사회과학원의 한 연구원은 “현재 중국의 해외 투자는 국내총생산(GDP)의 0.5%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적은 수준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늘어날 여지가 크다”면서 “무엇보다 넘치는 외화를 소진하고 부족한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서도 중국 기업의 해외투자는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메랑 효과’ 우려= 기업사냥에 나선 중국 대기업들은 특히 한국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한국이 지닌 전자ㆍ자동차ㆍ게임 부문의 첨단기술이 탐나기 때문이다. 비오이테크놀로지그룹이 하이디스를 가져간 것도, 중국 상하이기차가 쌍용차를 매수한 것도 모두 같은 이유다. 문제는 한국에서 가져간 기술이 한국산업을 다치게 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것. 비오이하이디스는 벌써 첨단 5세대 LCD를 생산해내면서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 등 한국업체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머지않아 중국의 거대기업들이 막대한 자본력과 시장 지배력을 앞세워 한국의 상품시장과 자본시장을 모두 점령할 것이란 우려가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책은 우리 기업들이 중국보다 더 빠른 걸음으로 달아나는 것 뿐이라고 대부분의 중국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LG경영연구원 배영준 연구원은 “한국 기업들은 지속적인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핵심 역량을 확보하는 동시에 부가가치가 낮은 영역에서 중국과의 협력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요구된다. 양샤요쥔(楊曉軍)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 서울대표부 대표는 “중국정부는 ‘저우추취’라는 구호 아래 중앙정부 차원에서 실력있는 중국회사들이 글로벌시장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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