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월요초대석] 이영선 한국경제학회 회장

대담: 이용웅 경제부장 yyong@sed.co.kr<br>"대통령 리더십 경제영향 검증할것"<br>대선공약, 일관성등 학회차원서 토론 마련<br>외환위기 10년 구조조정 공과 짚어봐야<br>평준화교육으론 잠재성장률 높이는데 한계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이 제대로 됐다면 지금 우리 경제가 활기차게 움직이고 성장잠재력도 확충돼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외환위기 10년인 만큼 구조조정의 공과와 우리 경제성장 방향을 (정부가) 잘못 짚고 있는 게 아닌지 공론화가 필요한 때입니다.” 우리나라 경제학계를 대표하는 한국경제학회의 이영선(60ㆍ사진) 신임 회장은 올해 과제로 외환위기 10년에 대한 성찰과 공약 검증 등 대선과 관련된 역할을 강조했다. 논란을 빚었던 대선후보 공약 검증 문제에 대해 “경제학자들이 정치와 경제를 구분해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경제 문제의 대부분이 정치이고 정치 역시 마찬가지”라며 “그렇기 때문에 각 당이 내놓은 경제공약의 일관성을 비롯해 대통령의 리더십이 경제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따져보고 토론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차기 정부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역시 교육”이라며 “성장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국민들의 창의성을 개발할 수 있는 교육개혁이 일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 평준화교육 시스템으로는 우리 미래나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취임 일성으로 대선공약을 검증하겠다고 했는데요. ▦경제가 정치와 같이 가기 때문에 경제학을 하는 사람들도 정치적 문제를 연구 대상으로 삼아야 합니다. 대선공약을 보겠다는 것은 누구는 맞고 틀리다는 차원이 아닙니다. 지금 한나라당 후보가 3명인데 그분들을 모두 검증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경선을 통해 후보가 결정되고 당 정책이 나오면 경제학적 관점에서 그 내용을 토론하겠다는 것입니다. 참여정부는 출범 당시 높은 경제성장률과 균형발전을 동시에 내걸었는데 경제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일관성이 없었습니다. 토론의 장을 열어놓고 공약을 얘기하다 보면 각자 다른 입장에서 볼 수 있고 객관적으로 말할 수도 있게 됩니다. 어떤 형식으로 하는 것이 가장 객관적이고 학회다운 모습인지는 학회 이사회를 통해 결정할 것입니다. -한국경제학회를 어떻게 이끌어갈 계획입니까. ▦기본적으로 경제학회 임무는 현실경제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관심(정책)을 높여 한국 경제에 기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의 경제학을 어떻게 발전시키느냐는 것입니다. 올해가 외환위기 10주년인데 지난 2월 개최한 포럼에 이어 앞으로 몇 차례 더 분야별ㆍ이슈별로 점검할 계획입니다.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구조조정을 했는데 과연 시장경제 메커니즘대로 됐습니까. 구조조정이 제대로 됐으면 경제가 다시 활기차게 움직이고 성장잠재력도 증가해야 되는데 많은 부분에서 그런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원인은 구조조정이 형식적이었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경제성장 모델이 있는데 잘못 짚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연구와 토론이 필요합니다. 또 하나는 올해가 대선의 해인 점을 감안, 경제공약에 대한 일관성을 비롯해 정치와 경제, 혹은 대통령의 리더십이 경제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따져보고 토론할 생각입니다. 그동안 경제학자들은 정치와 경제를 구분해 생각해왔는데 잘못된 것입니다. 경제 문제 대부분이 정치이고 정치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제도라는 것은 결국 정치에서 결정되지 않습니까. -외환위기를 연구하는 것도 이런 차원에서겠지요. ▦그렇습니다. 한국이 어떻게 외환위기를 당했고 대처했느냐는 외국에서도 중요한 연구 대상입니다. 일본이 ‘잃어버린 10년’ 동안 자산버블 때문에 고생했는데 지금 회복단계에 들어가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일본의 재도약에도 결국 구조조정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일본과 한국의 구조조정을 비교해보면 세계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역할도 가능할 것입니다. -참여정부 4년간 평균 성장률이 4%대에 그쳤습니다. ▦‘적정하다’ ‘미흡하다’는 식으로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선진국이 우리 목표라고 치면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좀 더 성장해야 하는 시점에 있습니다. OECD 국가이기는 하지만 이들 국가 가운데 1인당 GNP는 가장 낮습니다. 세계 선진국 수준으로 접근해가려면 아무래도 성장을 더 해야 하는데 4%대 성장은 부족한 감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인데, 이는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들이 상당히 위험을 피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정부 정책이 성장 위주보다는 평등성을 강조하고 균형을 강조했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위축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는 기술적 혁신의 바탕이 되는 인적자원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입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한국 경제의 성공에 굉장히 중요합니다. -반기업 정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반기업 정서는 기본적으로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습니다. 민주화 세력이 과거 산업화 시대에 혜택을 받은 재벌에 대한 비판의식을 갖고 있었으며 그것이 확대 재생산돼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세계화로 기업들 대부분이 세계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현시점에서 과거와 같은 재벌에 대한 일방적인 비판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특히 민주화 시대에 교육을 받은 교사들이 재벌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학생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은 곤란합니다. 교사들이 좀 더 객관적인 시각을 가져야 합니다. 학회 내의 경제교육위원회는 중ㆍ고등학교나 대학 교양과목에서 경제교육이 잘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런 일들은 시장경제질서 자체에 대한 것을 이야기하기 위함이지 일방적으로 기업이 잘돼야 한다는 논리를 펴기 위함은 아닙니다. -한국 경제의 이슈 가운데 하나가 한미 FTA입니다. ▦학회 내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FTA가 체결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경제의 구조를 본다면 미국 시장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중국 경제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도 기술진보와 혁신이 필요한데 이 소스(source)는 미국밖에 없습니다. 미국을 잘 이용해야 중국과 또 다른 경제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셈이지요. 일본과는 FTA를 얘기하다 중단했는데 오히려 잘된 일입니다. 일본은 우리와 경쟁관계에 있어 투자면에서 메리트가 별로 크지 않거든요. 반면 미국은 투자 부분에서 여력이 있어 우리가 기술적으로 얻는 게 많을 것입니다.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시급한 과제나 차기 정부가 해야 할 일을 꼽는다면. ▦차기 정권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역시 교육입니다. 경제를 위해서도 교육은 가장 중요합니다. 성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당연히 국민들의 창의성을 개발할 수 있는 교육개혁이 일어나야 되는데 지금 우리의 평준화 교육으로는 미래나 잠재성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갑작스럽게 평준화를 없애기는 힘들겠지만 다앙한 자질을 자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교육여건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평준화는 물론 사립대학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에 의해 (대학 정책이) 이뤄지는데 대학의 자율권을 더 행사할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합니다. -노벨경제학상이 거의 미국 학자에게 돌아가고 있는데 한국 경제학계에서 언제쯤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을까요. ▦현대 경제학은 영미 위주의 학문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최근 유럽 사람도 노벨상을 못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국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당장 나오기는 힘들지만 희망적인 것은 최고위 경제학 학술지 저널에 한국 사람의 논문이 상당수 실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인 경제학 교수들이 미국이나 꽤 저명한 학교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므로 한 세대 뒤에는 노벨경제학상을 타지 말라는 법도 없겠지요.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학문적으로 잘 정리해 국제적으로 알리고 한국 경제에 맞는 모형을 만들어 세계적 연구 대상이 되게 하는 것이 오늘의 학자들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약력 ▦47년 서울 ▦서울 대광고등학교, 서울대 경제학과 ▦76년 미국 메릴랜드대 수석연구원 ▦한국국제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78∼81년) ▦연세대 교학과장ㆍ통일연구원장ㆍ기획실장ㆍ국제학대학원장 ▦한국국제경제학회 회장(2002~2004년) ▦대통령자문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현) ▦2006년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장,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넘치는 부분 -의대로만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고 경제학보다는 경영학에 치우치는 양상인데요. ▦경영학은 여러 학문을 엮어 실천하는 데 비해 경제학은 기초과학으로 볼 수 있습니다. 최근 경제교과서를 놓고 논쟁이 일기도 했는데 경제학회 내에 경제교육위원회는 ‘어떻게 하면 경제교육을 좀 더 시민사회에 널리 파급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학회 차원에서 한국의 경제학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대등해지기 위해 학회지를 제대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그동안 해온 영문 학회지의 내실을 한층 높여 국제적 무대에 올려놓는 것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각 분야에서 이뤄진 구조조정에 대한 평가를 하신다면. ▦형식적으로 금융구조조정이 가장 앞서서 했고 그 다음이 기업 구조조정이 됐습니다. 반면 정부 개혁은 별로 안됐고 노동은 더 안됐습니다. 그렇지만 금융과 기업이 제대로 된 것인지는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기업의 투명성이나 지배구조 개선하기 위해 사외이사제를 도입했지만 본연의 의도대로 작용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금융 역시 증권, 보험, 은행을 묶어서 금융감독원에서 관리한다고 했는데, 결국 관료들만 순환 보직시키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높습니다. -양극화 문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양극화 문제 자체로 접근하면 풀리지 않습니다. 양극화는 경제전체의 효율성이나 경제유연성을 풀면서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참여정부 들어 양극화를 현상 자체로 보면서 오히려 문제가 꼬이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중소기업은 어려워지고 대기업은 좋아진다고 하는데 이런 현상이 양극화인지 정리가 안 돼 있습니다. 세계화에 따른 경쟁으로 생기는 낙오자에게는 사회 안전망을 확대해야 겠지만 기본적으로 경쟁체제는 확대해나가야 합니다. 한구경제학회는 "경제재건 토대 마련" 52년 창립 반세기만에 국내 최대 학회로 한국경제학회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지난 52년 부산에서 창립됐다. '한국 경제의 재건을 위한 학문적 토양을 마련하자'며 모였던 창립 초기 회원은 겨우 30여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반세기 동안 한국 경제 발전을 위한 이론적ㆍ실증적 조사는 물론 활발한 연구사업을 전개해오며 현재 2,000여명의 국내외 경제학자들이 참여하는 국내 최대 학회로 성장했다. 한국경제학회는 창립 이후 매년 회원 연구발표회, 정기학술대회 등을 개최해 다양한 경제학 분야의 학문적 성과를 소개하고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학문적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2001년부터는 경제학 각 분야간 학술적 교류를 활발히 하기 위해 '경제학 공동 학술대회'를 시작했다. 이 학술대회는 미국의 전미경제학회 연례 학술대회에 비견되기도 한다. 올해로 일곱번째를 맞은 지난 2월의 학술대회에서는 '외환위기 10주년-우리는 무엇을 배웠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한중일 경제 통합의 정치경제적 의의' 등 2개의 대주제에 대한 토론과 함께 300여편의 논문이 발표됐다. 또 국내외 경제학자들 사이의 학술교류와 한국 경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 경제학자와 외국 학자들을 초빙, 2년마다 정기적으로 국제학술대회도 열고 있다. 이밖에 연구실적이 탁월한 45세 이하의 우수한 연구자를 선정해 매년 청람상을 시상하고 있으며 회원들이 투고한 논문은 엄정한 심사과정을 거쳐 '경제학연구(연4회)'와 'The Korean Economic Review(연2회)'에 게재하고 있다. 2000년에는 경제학 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경제학교육위원회를 신설, 경제학 교육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 개선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있다. 역대 학회장 면면
한은총재부터 대권후보까지 한국 대표 경제학자 대거 포진
'한국은행 총재부터 대권후보까지.' 2,000여명의 경제학자를 회원으로 둔 한국경제학회의 역대 학회장에는 우리 경제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경제학자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초창기 학회장들은 국내 경제정책 수립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거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해 명성을 날렸다. 지난 69년 통일원 장관을 지냈던 신태환 초대 회장을 비롯해 이현재(14대) 전 총리, 조기준(15대) 전 회장 등이 그들이다. 반면 변형윤(19대) 서울대 명예교수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진보경제학자로 그의 제자들인 '학현학파'는 참여정부에서 상당한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90년대 이후 회장들도 학문적 명성은 널리 알려져 있다. 노동경제학의 대부인 김윤환(20대) 전 고대 교수를 비롯해 박진근(27대ㆍ연대), 김세원(30대ㆍ서울대), 김병주(31대ㆍ서강대) 교수 등이 대표적이다. 2000년대 들어서는 이론에만 치우치지 않은 실천적 활동에 점차 무게를 두며 정치계를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있다. 박승(29대) 전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해 정창영(32대), 유장희(33대), 김인기(34대), 이재웅(35대) 등의 학자들이 학회를 이끌어왔다. 현재 범여권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정운찬(36대) 전 서울대 총장은 지난 한해 동안 학회 회장으로 활동했다. 이들은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경제개혁과 구조조정을 투명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할 것을 학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제기하는 한편 한국 경제의 성장방향에 대한 훈수도 빼놓지 않았다. 2월 '외환위기 10주년'을 주제로 열린 2007 경제학 공동 학술대회에서는 현정부 들어 계층간 형평성이 오히려 악화했다는 연구발표가 이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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