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순록유목 태반사 복원하자

세종대왕은 ‘훈민정음’ 예의편 첫머리에 ‘나라의 말소리가 중국과 달라…’라는 유명한 어록을 남겼다. 우리말의 구문구조가 한어의 ‘주어+동사+목적어’형과 달리 ‘주어+목적어+동사’형이라는 점을 적시한 것이다. 결국 ‘우리의 인지 체계가 한족과 달라’라는 말이며 이는 곧 한국인들의 그것을 만들어온 ‘생태생업사 태반이 한족과 다르다’는 말이 된다. 우리는 이런 세종의 본질 차원의 문제의식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한마디로 한민족 유목 태반사만 제대로 복원해내면 중국 동북프로젝트는 저절로 극복된다는 세종대왕의 메시아적 예언이 이미 560여년 전에 만천하에 천명된 터라 하겠다. 지금은 무정견하게 목표와 방향과 방안이 불투명한 채로 대증요법처럼 백화점식 나열로만 일관해 산만하게 연구판을 차리고 제 사람 심기 경합이나 벌일 안이한 시국이 결코 아니다. 이 점을 대오 각성해야 한민족사의 살길이 보이고 그것이 살아야 그 역사 과정에서 설계돼온 결과체인 우리의 자기 인식의 숨통이 제대로 트인다. 중국의 동북프로젝트에 대한 대응 방식은 당연히 우리의 서북유목 태반사 복원프로젝트이다. 이것이 중국의 그것보다 과학성이나 공생 차원의 양심 문제에서 더 나아야 문제를 풀어갈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대체로 한국어 구문구조류의 언어는 조직된 ‘광역소수(廣域少數)’의 기동력을 특징으로 하는 유목생업 태반사의 소산이다. 중국어나 영어류의 그것은 상대적으로 ‘협역다수’의 집약력을 특징으로 하는 농경생업 태반사의 소산이라 하겠다. 또 세계 최대의 스텝~타이가~툰드라 지대를 무대로 형성된 북유라시아 여러 유목 종족이 거의 예외 없이 그 종족 사상의 생존생태와 유관한 어떤 짐승을 조상으로 삼는 ‘수조(獸祖)전설’을 공유함은 이상할 것이 없다. 백두산 호랑이가 시베리아 호랑이와 생태유전학적으로 접맥되는 것이 고원에서 고원으로 이동해가며 사는 짐승의 생태적 특성 때문이라면, 백두산 조선족이 가까운 중원의 한족들이 아닌 더 머나먼 한랭고원 건조지대인 우랄ㆍ알타이 원주민들과 인종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주로 접맥되는 이유도 알 수 있다. 중원은 험한 산악과 사막으로 서북지대가 인류생산문화의 시원지인 서아시아와 차단돼 오랜 유라시아의 거대한 문화적 고도로 존재했다. 이와 달리 한민족 태반사는 주로 동서축으로 등온대(等溫帶)를 이루며 유목적 기동력이 이에 가세한 시베리아~백두대간 루트를 배경으로 생산문화의 세례를 아주 빨리 받았다. 한랭고원 건조지대라는 목축의 악조건 속에서 특수 목축으로 발전해온 유목이 순록유목ㆍ기마(騎馬)양(羊)유목으로 전개된다는 점을 자각하느냐 아니냐가 한민족 유목 태반사 복원의 핵심 열쇠다. 광역 생태 배경인 유목사 연구는 오늘날의 정보기술(IT)ㆍ바이오기술(BT) 시대에 들어서야 때를 만났다. 툰드라~스텝~타이가라는 바다를 기승용 짐승 없이 오가며 살아남을 수는 없고 자동차가 주유소가 있는 광야라야 달릴 수 있듯이 순록ㆍ양도 각각 꼴밭이 있어야 유목할 수 있다. 순록의 목초인 선(鮮)의 이끼(蘚)는 북극해쪽 툰드라~수림툰드라에 주로 자생하고 양초(羊草)는 남시베리아~태평양 쪽 몽골권에서 잘 자란다. 물론 지금의 한반도에는 이끼도, 양초도 없고 유목도 없다. 15세기 이전 미국의 앵글로색슨처럼 유목권에서 이주해온 지배집단이 주도적으로 역사를 꾸려왔기 때문이다. 양은 순해서 석기시대부터 이미 유목가축화가 가능했지만 말을 타고 스텝에서나 할 수 있는 양유목은 철기시대 들어 사나운 말에 금속제 재갈을 물려 대규모로 경영할 수 있었다. ‘조선’도 ‘고구려’도 모두 스키토ㆍ시베리안 언어로 순록이나 순록 초지와 유관한 토박이말 이름이다. 고도로 순록을 가축화한 고리(槁離)족이 서래한 철기문화와 결합되면서 기마 양유목으로 도약해 훌룬부이르 몽골스텝을 자궁으로 삼아 목농을 아우르는 동북아 고대 유목제국을 창업해내게 된다. 그래서 한민족 태반사의 투구와 관모는 한족 농경권과 차별돼 주로 ‘뿔과 깃털’로 치장된다. 모든 연구는 조선과 고구려의 순록유목 태반사 복원으로 소급되는 화약으로 장전되고 이의 성취라는 과녁만을 정조준해 발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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