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신용카드 25년의 명암

카드업계의 춘추전국시대가 막을 내릴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대신 살아남은 몇 개의 카드사들이 패권을 놓고 한치의 양보도 없는 일전을 벌일 조짐이다. 내년 상반기부터 벌어질 국내 카드사의 미래는 이처럼 생존을 놓고 벌이는 일대 혈전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재벌간 자존심대결, 재벌과 금융공룡간의 힘겨루기가 어우러지면서 카드업계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기 위한 산통을 겪을 것이 분명하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번 패권쟁투의 결과는 속단할 수 없지만 삼사(三社)정립, 아니면 오사(五社)정립으로 끝날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시나리오에 불과한 예상이지만. 몇몇 고수들은 내년의 일전을 위해 내공을 쌓고 있는 중이고 뒤늦게 뛰어든 한 몸집큰 칼잡이는 자신의 공력을 내세우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력이 뒤떨어진 일부 칼잡이들은 벌써 칼을 칼집에 넣고 쓸쓸히 무대에서 퇴장할 채비를 한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대신 몸집 큰 새로운 칼잡이가 퇴장하려는 칼잡이의 칼을 사서 쟁탈전에 뛰어들 것 같다는 그럴듯한 얘기도 나온다. 어쨌든 다수경쟁 체제였던 카드업계가 소수 경쟁으로 재편되는 새로운 시기를 맞은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신용카드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 내년이면 25년이 된다. 1978년 외환은행이 처음으로 신용카드를 선보인 이후 강산이 변해도 두 번 하고도 남는 시간이 흘러간 것이다. 1969년 신세계백화점이 발행한 백화점카드가 있기는 하지만 범용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은행계 카드를 본래의미의 신용카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카드업계 성장의 궤적을 보면 최근 수년간 동안(정확하게 말하면 98년 외환위기이후라고 해야 하겠지만)을 황금기라고 할 만 한다. 올 2ㆍ4분기까지 카드발행매수가 1억장을 넘어서 경제활동인구 1명이 4.5장의 카드를 소지할 만큼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또 카드이용금액은 올해 말까지 700조원에 이르고 가맹점수도 150만점에 다다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정부의 카드사용 촉진과 카드업계의 경쟁이 맞물리면서 카드산업은 초팽창시대를 맞았던 것이다. 가히 '신용카드 전성시대'라고 할 만한 상황이다. 그러나 양이 있으면 음이 있는 법. 카드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이면에는 사회적ㆍ경제적 부작용도 함께 자리잡고 있었다. 카드로 인한 각종 범죄, 신용불량자 양산, 조폭적인 채권추심양태 등등. 정부는 최근 카드업계의 변화와 재편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카드업계에 새로운 룰을 제시했다. 카드업계의 건전성감독 강화대책이다. 정부가 칼을 빼든 것이다. 주요 내용중 하나는 다른 금융기관과 마찬가지로 경영이 부실한 카드사를 강제로 퇴출 내지는 합병시킬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말하자면 장사 못하는 카드사 퇴출 기준을 밝힌 셈이다. 또 불량채권을 감당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쌓아야 하는 비상금(대손충당금)도 대폭 높였다. 현금대출업무도 제한의 끈을 더욱 조였다.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던 카드산업이 올해를 기점으로 타율적인 전환기에 접어들었다. 카드업계로 보면 시련기라고 규정할 수 밖에 없겠지만 사회가 카드업계에게 새로운 변신을 요구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소비자금융시대를 대표하는 신용카드가 생활필수품으로 국민들로부터 더욱 사랑받기 위해서 카드업계 스스로 자기변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의 수많은 규제와 엄격한 룰 제시가 다소 즉흥적이고 촉박하게 이뤄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그러나 힘에 부친다고 해서 변화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 시대의 요청에 귀 기울이는 업체만이 중원의 패권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조희제<생활산업부장>기자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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