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박세리 선수의 극적인 LPGA투어 US여자오픈 우승이 국민들에게 자긍심과 감동을 주었다. 그 후 골프는 특정인의 스포츠가 아니라 국위도 선양할 수 있는 국민 스포츠로 자리 매김하게 됐다. 당시 골프를 몰랐던 필자도 회사 근처의 실내 연습장에서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고 마침 고교동문 시합에 참석하게 됐다.
이른 아침 1번홀에서 잊지 못할 경험을 하게 됐다. 실내에서 약 한달간 연습했기 때문에 약간의 자신감이 있었다. 우리 팀 4명 가운데 마지막으로 티샷을 했다. 그러나 그만 헛스윙을 했고 많은 선후배가 보고 있는 터라 더욱 당황해 4번 만에 볼을 맞혔으나 빗맞은 공은 겨우 20여㎙를 전진했다.
그리고는 곧장 달려가 어릴 때 `자치기` 하듯 아이언을 치고 나가며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과 일단은 멀어지고 싶었다. 같은 팀 동반자들은 잘 아는 사이라 다행히 쑥스러움은 덜했으나 앞뒤 팀과 가깝게 있을 때마다 너무 곤혹스러웠다.
더욱이 그날은 비가 내렸다. 골프장 근처에서 산 장갑은 물에 젖어 상당히 미끄러웠다. 몇 번 홀인지 기억 나진 않지만 그린 앞을 연못이 가로막고 있었다. `이번엔 한번 잘 쳐 봐야지` 하면서 힘껏 휘둘렀으나 바람 소리만 휙 나면서 7번 아이언이 연못 깊은 곳에 빠지고 말았다. 골프를 포기하더라도 아까운 채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밀려오는 뒤 팀 사람들에게 물에 들어가는 모습은 차마 보여줄 수 없어 아쉬움을 참으며 라운드를 마쳐야 했다.
연습과 경험도 없이 자신감만 가지고 치른 골프는 나에게 많은 반성을 하게 했다. 집으로 돌아오며 `당장 내일부터라도 열심히 연습해서 실력을 기른 후 필드에 나가야지`하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 뒤로도 `연습 부족 라운드`가 계속됐고 바쁜 일과 때문에 아직도 왕초보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골프는 인생의 마지막 운동”이라는 말이 있듯 40대 중반인 이제는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골프에 한번 빠져 볼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골프를 즐기고 이해한 뒤 그 감동을 이 코너를 통해 언젠가 다시 한번 들려드리고 싶다.
<정문재기자 timoth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