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되면 원ㆍ달러 환율과 외환시장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기자) “글쎄요. 아직 검토해보지 않았는데, 아마 절상되지 않겠어요.“ (외환당국의 한 고위관계자) 한미 FTA 협상이 불과 3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외환당국의 정보력도 일반 기업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 미 무역대표부(USTR)가 통보한 ‘한미 FTA 협상 통보문’에 있는 내용도 소화하기 벅찬데 협상문에 단 한 줄도 언급돼 있지 않은 외환시장이나 환율 부문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협상과정에서 외환시장과 환율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 것은 너무나 순진한 기대다. 미국은 그동안 대미수출에서 큰 흑자를 보인 아시아 국가들에 ‘환율 조작국’ 지정이나 고율의 보복관세 등을 집요하게 요구해왔기 때문에 협상과정에서 돌연 ‘환율 유연성’ 문제를 꺼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한국과 달리 미국 내 애널리스트들은 벌써부터 FTA가 몰고 올 외환시장의 영향력까지 언급하고 있다. 메릴린치 연구원인 사이먼 플린트는 “미국과 FTA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한국은행의 자유방임적인 시장 접근을 부분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연초 외환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자제를 FTA에 빗댄 것이 다소 억지스러운 측면이 있지만 FTA와 환율간 역학관계를 지적한 점은 분명 우리보다 한발 앞서고 있다. 그렇다면 한미 FTA가 체결될 경우 원화환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무역흑자가 늘어난다는 정부의 주장대로 FTA효과가 나타날 경우 원화환율 하락압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무역흑자 영향보다는) 국제 자본이동이 활발해져 상당한 파괴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무역수지가 결정적 변수가 아니라는 얘기이다. 시장개방에 따른 외국자본의 추가 유입이 가공할 만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교통상부 역시 FTA 체결시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늘어나고 고용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멕시코의 경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ㆍ나프타) 체결(1994년) 이전에 연 27억달러에 불과하던 직접투자 금액이 132억달러 수준으로 크게 늘어나기도 했다. 문제는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직접투자보다 투기성 금융자본의 공략이 더 가속화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자본 유출입 자유화가 정부 생각처럼 고용을 늘리는 직접투자보다는 간접투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며 “FTA가 체결되면 미국의 투기성 금융자본에 날개를 달아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뜩이나 투기자본에 대한 공격에 무방비인 한국이 FTA 체결로 금융규제가 더욱 완화될 경우 미국 투기자본이 국내 외환시장을 뒤흔드는 것은 시간문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