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를 눈감아준 회계사에게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분식회계를 주도한 회사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부실 회계감사를 한 회계사에게까지 분식회계의 책임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고합의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분식내용을 지적하지 않고 허위 내용을 기재한 혐의(주식회시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공인회계사 홍모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1일 밝혔다.
A법인 소속인 홍씨는 고합의 지난 1998년 회계연도의 재무제표에 대해 감사보고서를 작성하면서 고합이 제출한 재무제표 중 3,100억여원이 자산에 과대 계상돼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분식내용을 지적하지 않고 감사보고서상에 ‘적정 의견’으로 허위 기재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됐다.
홍씨는 재판 과정에서 분식회계 사실을 모른 채 감사업무를 맡았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고합의 회계감사에 3년째 참여했고 당시 현장에서 감사의 총괄책임자였던 피고인이 재무제표에 영향을 미치게 될 중요한 부정이나 오류를 발견하고도 추가 감사절차 없이 재무제표에 ‘적정 의견’을 기재한 것은 허위가 분명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감사범위 제한을 이유로 ‘한정 의견’ 내지는 ‘의견 거절’을 표명하는 것이 적정했다”며 “피고인이 재무제표에 분식회계의 내용이 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는 알지 못했다고 해도 재무제표에 중요한 부정이나 오류 가능성을 보여주는 여러 표지가 있다는 것을 인식했는데도 ‘적정 의견’을 기재했다면 이는 허위 기재에 해당할 뿐 아니라 적어도 미필적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