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는 즐겁게 하지 않으면 영양이 되기 어렵다. 식품의 질과 양이 같을지라도 먹을 때의 심리상태에 따라서 영양가는 매우 달라진다.누구나 경험했듯이 울화가 치밀 때 식사하면 맛이 별로 없다. 슬플 때 먹으면 맛을 잘 모른다. 근심이 있으면 아침 점심을 걸러도 식욕이 느껴지지 않는다. 자기에게 책임이 있는 스트레스라면 식욕이 없어지고 자기에게 직접적인 책임이 없는 스트레스일 때는 도리어 식욕이 왕성해져서 과식하는 경향이 있다. 양쪽 다 바람직하지 못한 식사환경이다.
또한 혼자서 묵묵히 먹어도 맛이 없다. 그래서 점심때도 누구나 같이 간다. 가족의 단란한 분위기도 식사가 중심이 된다. 이처럼 우리는 다소 번잡스럽게 식사를 하는 것이 상례인데 그것은 사람이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영양학적으로 그게 이치에 맞는 까닭이다.
그렇지만 가족이나 친구와 식사하면 언제나 즐거운 것도 아니다. 그래서 혼자 식사를 하게 되면 평온한 음악을 틀어놓거나 가볍게 몸을 움직이고 나서 먹으면 긴장이 풀려서 소화흡수가 잘 된다. 몸을 움직거릴 수도 없는 경우라면 심호흡을 해도 좋다. 다만 이때의 심호흡은 들어마시지 말고 내뱉을 것. 뱉고 나면 반드시 마시게 되니 효과적이다.
어떻든 식사는 평온한 기분으로 해야 한다. 불안·불만·분노·긴장 등 심리적인 혼란이 있을 때 식사하면 활성산소가 많이 생겨나게 되기 때문이다. 활성산소가 생겨나면 체내의 불포화지방산과 어우려져 노화물질이 생겨날 뿐만 아니라 세포안의 유전자를 손상시켜 암이나 성인병을 일으킬 염려가 있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식사인데 도리어 생명을 단축시켜야 되겠는가.
또한 음식을 잘 씹어서 먹느냐, 대강대강 씹어서 삼키느냐에 따라, 건강과 수명에 끼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진다. 씹는 노릇은 그저 식품을 분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침을 나오게 해서 입안의 음식물을 혼합시키는 구실이 더 중요하다. 침에는 소화효소 뿐 아니라 약40종류의 유효성분이 있다. 그래서 식품에 엉겨있는 세균을 죽이고 그밖의 위험물질을 소독하는 작용을 하여 안전하게 소화흡수되기 좋은 상태를 만든다.
하루 세끼식 허구한 날 되풀이 하는 습관이니까, 야금야금 저축하는 노릇이나 마찬가지로, 그 어느쪽 습관이냐에 따라서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잘 씹어 먹으면 그 밖에도 침에 함유된 항산화 물질의 분비가 많아져서 노화를 막아주는 등 잇점이 많다.
/李 相 澤(안양병원 이사장)